[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침체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거대한 인구와 석유화학 제품 수요 증가세가 두드러진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를 ‘포스트 차이나’ 전략 시장으로 낙점하며 현지 생산과 내수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동남아, 특히 인도네시아가 과거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주요 시장이었던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활로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남아가 불황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의 ‘돌파구’로 거론되는 이유는 플라스틱·비닐 등 석유화학 제품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는 성장 시장인데다 현지 석유화학 기업 수가 적어 경쟁 강도가 낮고, 에틸렌·폴리머 등 기초소재의 자급률도 낮아 신규 공급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인구 약 2억8000만명의 세계 4위 대국으로 평균 연령이 20대에 불과해 산업·소비 구조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플라스틱·비닐류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성장 시장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자급화로 한국 석유화학 수출이 흔들리면서 업계는 새로운 수요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그 대안으로 떠오른 곳이 바로 동남아, 특히 인도네시아다. 인도·중국에 이어 거대한 인구 기반을 가진 인도네시아는 자동차·전자·건설 등 성장 산업에 필요한 소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한국 석유화학업계가 ‘포스트 차이나’ 시장으로 주목하는 대표 지역이 됐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석유화학 소재의 자급을 적극 추진하면서 외국 기업의 투자를 환영하는 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는 점 역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진출에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 관계자는 “투자비가 큰 NCC·석화 설비 특성을 고려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시장을 개방하고 지원을 강화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롯데케미칼, 애경케미칼 등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거대한 내수 기반과 낮은 경쟁도 성장 속도가 빠른 플라스틱 수요를 갖춘 인도네시아와 동남아 시장을 불황 돌파의 핵심 성장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인도네시아에서 가동한 100만톤 규모 NCC는 현지 최초의 외국계 설비이자 최대 규모로 인도네시아의 에틸렌 자급률을 기존 40%대에서 90%대까지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며 “특히 폴리머 단계의 자급률은 여전히 낮아 추가 성장 여지도 큰 만큼 단일 국가 시장만으로도 의미 있는 수요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거점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에서 단일 프로젝트 기준 최대 규모인 약 40억달러를 투입한 석유화학단지 준공식을 지난 6일 개최했다. 이 단지는 에틸렌 100만톤, 폴리올레핀 52만톤, 폴리에틸렌 47만톤, BTX 40만톤 등 대량 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갖춰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 뿐 아니라 인근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핵심 생산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산업화와 제조업 육성을 국가 핵심 과제로 추진하면서 석유화학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 환경을 강화한다”며 “NCC 준공식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만큼 관심이 높고 납사·LPG 병용 설계와 맞물려 미국산 LPG 대량 수입 결정 등 정책적 지원도 이어지면서 현지 사업 안정성과 확장성이 동시에 뒷받침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애경케미칼은 인도네시아 베카시 티무르 계면활성제 공장을 인수해 연간 약 2만5000톤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해외 시장 대응을 위한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최근 인도네시아 생산 거점 확보를 통해 원가 구조를 안정시키고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는 동시에 현지 고객 접근성과 시장 대응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도시화와 중산층 확대로 급성장하는 동남아 세제·화장품·생활용품 수요를 현지에서 직접 흡수할 수 있어 경쟁력 측면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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