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김승현과 한희선 두 작가가 선보이는 자생형 듀오 전시 프로젝트 ‘면면이 면면히: 정(情)’이 오는 22일부터 12월 6일까지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가온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23년에 열린 첫 2인전 ‘면면이 면면히’ 이후 2년 만에 이어지는 두 번째 시리즈로, 두 작가가 “아무도 초청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직접 비엔날레를 열자”는 선언에서 출발해 스스로 구축해온 자생형 듀오 비엔날레의 연장선에 있다. 제도적 초청이나 지원을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예술적 성장의 무대를 만들어 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올해 주제는 한국적 감정 구조의 핵심이자 세계적으로도 공감의 언어로 확장되고 있는 정(情, Jeong)이다. 따뜻함·배려·연대·애틋함뿐 아니라 갈등과 회복까지 포괄하는 정(情)의 복합적 결을 두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시각화한다.
전시 제목 ‘면면이 면면히’는 두 겹의 한자 의미를 품고 있다. ‘면면(面面)’은 관계 속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얼굴들을 의미하고, ‘면면(綿綿)’은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감정의 흐름을 뜻한다. 이 두 단어가 결합된 ‘면면히’는 우리가 삶을 건너며 경험하는 관계의 층위와 감정의 지속성을 함께 드러내는 표현이다. 두 작가는 바로 이러한 관계의 얼굴들과 감정의 시간성을 작품을 통해 풀어낸다.
김승현은 도시의 순간을 즉흥 드로잉과 텍스트로 기록한다. 빠르게 변하는 거리의 표정,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기류, 익명성이 만들어내는 고독과 온기를 화면에 쌓아 올리며, 도시 표면 아래에 숨어 있는 감정의 숨결을 포착한다.
한희선은 낡은 천, 녹슨 못, 오래된 금속 조각 등 ‘소멸의 흔적’을 품은 재료에 주목한다. 그녀에게 사라짐은 끝이 아니라 환원이며, 폐기된 물질들은 그의 손끝에서 다시 생명성을 얻는다. 한희선의 작업은 존재와 관계가 순환하는 과정을 조용히 드러낸다.
정(情)은 ‘마음(心)’과 ‘푸름(靑)’이 결합된 글자로, 깊은 곳에서 자라는 푸른 식물처럼 마음의 바탕 위에서 피어나는 감정이다. SNS로 촘촘히 연결됐지만 정작 서로의 마음은 멀어지는 시대에도, 정은 여전히 사람과 사람을 잇는 보이지 않는 실이다. 두 작가는 이 실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결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고운 정과 미운 정이 얽히고, 가까워졌다 멀어지며, 상처와 위로가 교차하는 관계의 복잡한 풍경을 작품 속에 담아낸다.
두 작가가 이해하는 ‘면면히(綿綿히)’는 단순한 근면함이 아니라 존재의 지속성이다. 겨울나무가 바람 속에서도 묵묵히 서 있듯, 인간 또한 관계와 감정의 결을 안고 흔들리면서도 살아간다. 전시는 관객에게 “나는 어떤 관계와 어떤 정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면면이 면면히: 정(情)’은 감정과 관계의 층위를 촘촘히 엮어 ‘보이는 것 너머’의 감정적 시간을 체험하게 하는 전시다. 두 작가의 서로 다른 감각—도시의 숨결을 붙잡는 손과 사라진 흔적을 되살리는 손—이 만나며, 면면부절(綿綿不絶)하게 이어지는 인간적 온기를 비춘다. 이번 전시가 관객의 마음 안에 또 하나의 ‘면(面)’을 새기고, 그 면이 다시 누군가와 이어지는 관계의 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인천광역시교육청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개막일 오후 2시에는 두 작가가 서로를 인터뷰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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