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 귀환해 가족의 뜨거운 환영을 받는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으로 유명한 로버트 스텀 전 미국 공군 대령이 향년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AP통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스텀 대령의 가족은 그의 부고를 알렸다.
스텀 대령은 1973년 AP 사진기자 샐 비더가 미국 캘리포니아 트래비스 공군기지에서 촬영한 퓰리처상 수상작 ‘기쁨의 분출’(Burst of Joy)의 주인공이다.
사진 속 스텀 대령은 정복 차림으로 등을 보이고 있다. 하늘을 날 듯 그에게 달려드는 가족의 얼굴에는 아버지의 귀환 속 환희가 생생하게 드러난다.
해당 사진은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 종료의 상징으로 떠오르며, 당시 미 전역의 신문에 실렸다.
아버지를 향해 달려가는 15세 소녀로 사진에 찍힌 딸 키칭 스텀(68)은 AP에 “그때의 강렬한 감정은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라며 “아빠를 되찾았다는 그 기쁨과 안도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똑같은 감정이 든다”고 덧붙였다.
가족에게 돌아가기까지 스텀 대령은 온갖 고초를 겪어야 했다.
사진이 찍히기 6년 전인 1967년 폭격기 조종 임무 중 북베트남 상공에서 격추된 그는 전쟁포로가 됐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면서는 3차례 총격을 당하기도 했으며, 착륙 직후 생포됐다.
그는 1천966일, 약 5년 5개월 동안 수용소 5개를 옮겨 다니며 전쟁포로로 억류됐다.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과도 같은 수용소에 붙잡혀 있었다.
사진이 보도된 후 뒷이야기도 화제를 낳았다.
베트남에서 석방되던 당시 스텀 대령은 아내로부터 이별 통보 편지를 받은 상태였다. 스텀 대령 부부는 사진이 보도되고 약 1년 뒤 이혼했고, 부부 양측 모두 6개월이 채 지나기 전 재혼했다.
이런 배경에서 스텀 대령은 이 사진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생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진이 나에게 많은 명성과 관심을 가져왔다”면서도 “불행히도 내가 직면하게 될 법적 상황까지도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후 AP는 그가 자택에도 이 사진을 걸어 놓지 않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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