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도 언덕·끝없는 계단' 불편함조차 '감성'으로…SNS 성지된 창신동 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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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도 언덕·끝없는 계단' 불편함조차 '감성'으로…SNS 성지된 창신동 상권

르데스크 2025-11-21 11:20: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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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창신동이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서울에서 보기 드문 가파른 절벽 지형과 세월이 묻은 노후 주거지, 외국인 밀집 상권, 그리고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새로운 카페·식당들이 뒤섞이며 도시 내 독특한 경관을 이루고 있다. 과거 봉제산업 노동자들의 삶터였던 이곳은 불편한 접근성과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절벽에서 내려다보는 시내 전망과 이국적 분위기를 찾는 젊은층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조용한 인기 지역'으로 재탄생하는 모습이다.

 

'절벽마을'이 만든 이색 경관…성곽·봉제골목·외국인 식당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창신동이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SNS에서 '#창신동'을 검색하면 5만6000건 이상의 게시물이 뜬다. 그중에서도 '#창신동맛집' 게시글은 1만7000건 이상, '#창신동매운족발'은 1만4000건이 넘는다. '#창신동카페' 역시 1만건 이상을 기록 중이다.

 

이러한 인기의 배경에는 그간 창신동의 최대 단점으로 손꼽히던 높은 절벽이 지목된다.절벽 위에 자리한 덕에 서울 시내에서 보기 힘든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보니 SNS 등에서 '뷰맛집'으로 서서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창신동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과거 조선시대에 도성의 동쪽 방어선 역할을 했던 성곽을 볼 수 있다. 낙산 성곽길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이 지역의 핫플레이스다. 좁은 골목에서 성곽 돌계단으로 진입하는 순간 시야가 확 트이는데 서울 도심을 내려다보는 조망이 단번에 펼쳐진다.

 

멀리 남산타워와 종각 일대, 청계천 방향까지 한눈에 담기며, 해질녘이면 붉게 물든 야경이 절벽과 성곽 위에 겹쳐 그야말로 '영화 같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덕분에 수년 전부터 사진작가와 영상 제작자들이 은근히 찾는 명소가 됐다.

 

조금 더 안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일제강점기 채석장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절벽이 모습을 드러내고, 70도 가까운 급경사 위로 작은 주택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낙산이 질 좋은 화강암으로 이뤄진 돌산이었던 만큼 일본은 이곳에 채석장을 만들고 창신동의 산들을 깎아 냈다. 그 결과 창신동 곳곳에 많은 절벽들이 생겨나게 되면서 '절벽마을', '돌산마을'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서울 시내에서 대표적인 빈민가로 인식되던 창신동이 지난 2007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며 변화의 바람이 불었지만 얼마 뒤 해제되면서 1호 도시재생 사업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게 됐다. 그럼에도 열악한 주거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많은 주민들이 떠나게 됐고 그 빈자리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창신동 곳곳에는 외국어 간판을 단 식당과 식자재 마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많은 주민들이 창신동을 떠나자 그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사진은 창신동 초입에서 볼 수 있는 외국어를 단 식당과 식자재 마트의 모습. ⓒ르데스크

  

이러한 경관과 더불어 창신동 변화의 또 다른 축은 외국인 상권이다. 골목 곳곳에는 'PHO', 'TANDOORI', 'UZBEK FOODS' 같은 이국적 간판이 연달아 늘어서 있고 오후 6시 이후가 되면 베트남어·우즈베크어·중국어가 섞여 들려오는 풍경이 자연스레 펼쳐진다.

 

창신동이 SNS에서 '뷰 맛집·로컬 명소'로 급부상한 배경도 바로 이 여러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복합성 때문이다. 젊은층은 흔히 촌스럽고 오래됐는데 동시에 외국 골목 같고, 뷰는 또 압도적으로 좋다고 창신동을 표현했다.

 

70도 언덕·끝없는 계단·언덕 위 카페… '불편함마저 경험이 되는 동네'

 

창신시장에서 절벽마을로 올라가는 길은 말 그대로 '도전'이다. 봉제 골목 끝자락을 지나면 계단이 시작되는데 나무 손잡이가 삐걱거리고 콘크리트는 이끼가 끼어 미끄러워져 있다. 기자가 오후 4시경 현장을 찾았을 때 계단을 오르던 한 중년 방문객은 숨을 고르며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며 웃어 보였다. 계단이 끝날 즈음에는 다시 한 번 언덕이 나타나고, 그 위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절벽이 시야를 막듯 서 있다.

 

이 언덕을 따라 5분 정도를 더 오르면 카페 '테르트르'가 모습을 드러낸다. 카페 앞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고층 빌딩 숲과 낮은 주거지, 그리고 창신동 절벽의 바위 면이 한 프레임 안에서 어지럽게 뒤엉켜 있다. 비현실적인 풍경 때문에 많은 방문객이 "서울 맞아?"라며 탄성을 내지른다.

 

카페 내부는 오래된 벽면을 그대로 활용한 인테리어로 꾸며졌다. 루프탑이 마련돼 있었지만 기자가 방문한 날 기온이 5도 아래로 내려가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루프탑에서는 사진만 빠르게 찍고 실내에 머물렀다.

 

▲ 창신동 대표 데이트 코스로 손꼽히는 창창의 모습. ⓒ르데스크

 

카페 가격은 다른 지역보다 다소 높은 점은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테르르트의 경우 아메리카노 한 잔에 7000원, 라떼는 7500원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피 가격의 기준으로 삼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와 라떼 가격에 비해 각각 2300원씩 비싸다. 경치값이 포함돼 있다면 납득할 수 있다는 반응과 지나치게 비싸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창신동의 또 하나의 인기 명소 '창창'은 홍콩 골목을 재현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내부는 붉은 네온 조명이 벽면을 물들이고 낡은 타일 바닥과 철제 난간이 복고풍 분위기를 만든다. 저녁 시간대에는 테이블 위에 양초가 켜지고, 창밖으로는 절벽 너머로 떨어지는 서울 시내의 불빛이 깜빡인다.

 

그러나 '계단·언덕·주차난·야간 안전' 등 불편함도 여전히 창신동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다.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 방문객은 "SNS에서 본 예쁜 골목과 카페는 좋지만, 어두워지니까 언덕길이 꽤 무섭다"며 "특히 혼자라면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차난도 심각한 문제다. 골목 대부분이 '거주자 우선' 구역이며 평일 낮에도 비어 있는 공간을 찾기 어렵다. 방문객들은 "차로 올 수 없는 동네"라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도보 방문이 기본"이라며 안내문까지 붙여놓은 상태다. 또 가파른 언덕에 비해 안전 손잡이와 가로등이 많이 없어 비가 오거나 눈이 올 경우 안전사고 발생 우려도 나왔다.

  

그럼에도 창신동이 젊은층 사이에서 선택받는 이유는 '불편하지만 독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높은 계단을 오르며 숨이 차오르는 경험,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풍경, 노후 주거지와 외국인 상권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풍경은 다른 지역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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