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김울프의 K-지오그래피 이야기…갯벌 항해 추억과 펄 위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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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김울프의 K-지오그래피 이야기…갯벌 항해 추억과 펄 위의 여정

연합뉴스 2025-11-21 09:26: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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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탄도항 갯벌 탄도항 갯벌

[김울프 작가 제공]

대한민국 서해안에는 세계 5대 갯벌에 손꼽히는 풍요로운 생태계가 펼쳐져 있다. 이러한 우리 갯벌은 수천 년 전 빙하기 이후 해수면 상승과 퇴적물의 축적으로 형성됐으며, 하루에도 두 번씩 바다와 육지가 바뀌는 '자연의 경이로운 극장'이다. 안산 탄도항과 화성 전곡항 일대는 그 대표적인 명소다.

이곳의 갯벌은 수많은 바다생물의 서식처일 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 시간과 생명이 어우러지는 거대한 무대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곳에서 무동력 요트로 전국 연안 일주에 도전하는 특별한 여정을 시작했다. 요트는 흔히 엔진의 힘에 의존하지만, 우리는 바람만을 동력 삼아 대한민국 해안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공기와 조류, 날씨에 맞서 부딪히는 항해였다.

탄도항 탄도항

[김울프 작가 제공]

어쩌면 조금은 무모하다 할 수 있는 이 여정이야말로, (다소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생명의 에너지와 도전정신이 만나는 실험이라 할 수 있었다.

서해안을 돌다가 화성 전곡항과 안산 탄도항에서 했던 경험은 잊기 어렵다. 겨울, 우리는 연탄구이집에서 처음 만난 인연에 이끌려, 빙판을 깨고 30년 된 낡은 배 '루돌팡이'호에 올랐다. 봄이 와서야 수심이 깊은 해역을 향해 출발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이 우리를 맞이했다.

서해는 평균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10m에 달하는 지역이다. 바람을 세차게 타고 나아가다 배가 툭 멈췄고, 바다는 어느새 완벽한 땅으로 변해 있었다.

갯벌에 고립된 그 순간, 처음엔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런 순간일수록 '어쩔 수 없는 자연의 흐름'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밀물과 썰물, 하루에도 여러 번 바다가 육지가 되는 이곳에서는 어떤 계획도, 어떤 통제도 완벽하지 않다. 성급함과 두려움, 때론 짜증까지 삼키고 나면, 남는 것은 오히려 자연에 대한 경이와 새로움이다.

30년 된 낡은 배 '루돌팡이'호 30년 된 낡은 배 '루돌팡이'호

[김울프 작가 제공]

내리쬐는 햇빛, 멀리서 들리는 갈매기 울음, 해가 질 때 붉게 물드는 갯벌 풍경! 그 거대한 풍경 앞에서 인간은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다.

어찌 보면 갯벌에서 하는 '뻘짓'일 수 있다. 사실 '뻘짓'이라는 말이 '소모적이고 쓸모없다'는 의미로 쓰이지만, 직접 갯벌을 걷고 마주 서면 오히려 그 반대임을 깨닫게 된다. 갯벌에서의 한 발짝, 한 발짝은 순환하는 자연과 조화하는 소중한 행위다. 발이 푹푹 빠지고 옷이 더러워지는 수고 속에서, 우리는 멀리서 바라보면 알 수 없었던 생명력과 자유, 미지의 풍경을 만난다.

조용히 거울이 되는 펄 위에 서면, 내면의 쓸데없는 욕망과 불안마저도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탄도항과 전곡항은 바다와 육지, 갯벌과 염전, 소금꽃과 갈대밭이 어우러진 자연의 보고다. 썰물 때는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갯벌이 드러나고, 저녁이면 해가 갯벌 위에 황금빛을 뿌린다. 수많은 철새와 어류, 조개와 게들이 서식하는 생명의 보고이며, 오래된 방조제와 등대, 작은 어선과 활기 넘치는 항구마을이 조화를 이룬다. 탄도항의 탄도 대교, 전곡항의 마리나와 요트경주, 소박한 어촌 풍경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서해만의 풍경을 완성한다.

전국 연안의 무동력 일주 항해는 인간이 자연의 거대한 시간과 리듬에 순응하면서 동시에 도전하는 과정이다. 밀물과 썰물의 시간, 바람과 파도의 변화, 드넓은 갯벌을 만나는 순간마다 인간의 한계와 자연의 위대함이 오롯이 체험된다. 바람 한 줄기, 물 한 방울에도 삶 전체가 좌우되는 항해의 경험은 '뻘짓'이 아니라, 어쩌면 존재의 본질을 묻는 말이다.

우리는 떠나기 전 '쌀 한 포대에, 압력밥솥, 라면, 작은 회비'로 준비했고, 아무런 확신 없이 바람만을 믿고 출발했다. 많은 생각과 계산이 앞섰다면, 이런 출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용기란 미지의 세계에 스스로를 던지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 여정에서 만난 갯벌, 바다, 해풍, 어민, 도시와 자연의 경계는 내게 잊지 못할 공공의 가치와 삶의 감동을 남겼다.

갯벌 위에 배가 멈추었을 때, 우리는 불안도 두려움도 잠시 내려놓고 자신만의 시간을 음미했다. 바람, 소금, 시간, 해무, 이 모든 자연현상이 주는 감동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뻘짓'의 진짜 가치를 체험했다.

갯벌에 억류(?)된 '루돌팡이'호 갯벌에 억류(?)된 '루돌팡이'호

[김울프 작가 제공]

전곡항과 탄도항이 연결되는 여정 속에서, 바로 이런 연결과 순응, 그리고 도전 속에서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알게 됐다. 그것은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모두 공유할 수 있는 삶의 '진정한 모험'이기도 하다.

우리가 만난 바다와 갯벌이 앞으로도 많은 이에게 그 가능성과 의미의 공간으로 남아 있기를 희망한다.

김정욱 (크루 및 작가 활동명 : KIMWOLF)

▲ 보스턴 마라톤 등 다수 마라톤 대회 완주한 '서브-3' 마라토너, 100㎞ 트레일 러너. ▲ 서핑 및 요트. 프리다이빙 등 액티비티 전문 사진·영상 제작자. ▲ 내셔널 지오그래픽·드라이브 기아·한겨레21·주간조선·행복의 가득한 집 등 잡지의 '아웃도어·러닝' 분야 자유기고가.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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