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속에 갇힌 긴장감···'EU 쌀동맹' 재결성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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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속에 갇힌 긴장감···'EU 쌀동맹' 재결성 파장은?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1-21 06:50: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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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올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다시금 쌀 보호를 위한 쌀 동맹(rice alliance)을 재결성하며, ‘무역 특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이 움직임은 특히 개발도상국에 대한 관세 감면을 규정하는 일반특혜제도(GSP, Generalised Scheme of Preferences) 개정 협상이 핵심 쟁점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목받고 있다.

GSP 제도는 저소득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무역 수단이지만, 동시에 EU 내 농업계에서는 저렴한 외국산 쌀이 유입되며 자국 농민들이 가격 압박에 시달린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쌀 산업을 중심으로 한 일부 회원국들이 “자동 비상조치(safeguard clause)”를 제도화하자는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협상의 균형추가 재설정될지 여부가 국제 농업무역의 향방을 결정짓는 시험대로 부상했다.

I. 배경: 왜 지금 쌀 동맹인가?

1. GSP 제도의 딜레마

GSP는 EU가 개발도상국에 대해 특정 상품에 관세 감면을 허용하는 제도다. 특히 ‘Everything But Arms(EBA)’ 프로그램을 통해 캄보디아, 미얀마 등 최빈국은 쌀을 포함한 많은 농산물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무관세 제도가 되레 EU 내 쌀 농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국가들은 쌀 수입 급증으로 인해 자국 쌀 산업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2. 수입 증가와 경제적 압박

실제로 최근 쌀 수입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Farm Europe은 최근 아시아, 특히 캄보디아·미얀마에서 제로 관세 쌀이 유입되며 유럽 농민들이 “무관세 쌀의 침공(veritable invasion)”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GSP 규정 개정 시 “자동 비상조치(automatic safeguard clause)”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한다. 

이러한 요구는 단순한 정치적 주장이 아니라, 실제 경제적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에 기반한다. 예컨대, GSP 규정의 개정 과정에서 일부 쌀 수입국의 물량이 급증하며 EU 내 쌀 산업이 타격을 입었다는 조사가 존재한다. 

II. 쌀 동맹의 재출범: 누가, 왜?

1. 주도국 및 참여국

이 동맹은 쌀 생산국 중심으로 결성되었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루마니아, 프랑스 등 쌀 산업이 중요한 EU 국가들이 주요 주축이다. 

특히 이탈리아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2024년 9월, 이탈리아는 불가리아, 그리스, 포르투갈, 루마니아, 스페인과 함께 “EBA 국가로부터의 쌀 수입에 대해 자동 비상조치 조항을 복원하라”고 유럽 농업·어업 이사회(Agrifish Council)에 공식 요청을 제기했다. 

이 같은 연대는 단순한 국가 간 협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EU 농업 내 특정 업종(쌀)이 공동 이익을 위해 공동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2. 요구 사항: 자동 비상조치 vs 감시 메커니즘

핵심 쟁점은 자동 비상조치 조항(automatic safeguard clause)이다. 이는 쌀 수입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즉시 관세를 부과하거나 특혜를 중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쌀 농민 및 생산자 단체는 이를 “생명줄(lifejacket)”에 비유하며, 제도적 보호 없이는 쌀 산업이 지속 불가능하다고 경고한다. 

 반면, 일부 입장에서는 자동 조치보다는 감시 메커니즘(surveillance mechanism) 만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유럽 이사회(Council) 측은 자동 조치를 반대하며, 대신 수입 흐름을 관찰하는 체계를 제안해왔다. 

이 차이는 단순한 제도 설계의 문제를 넘어, 무역 정책과 농업 보조 사이의 근본적인 균형 문제를 드러낸다.

III. 충돌의 핵심: 이해 관계의 대립

1. 농업 단체의 압박

Farm Europe와 Eat Europe 등 농업계 조직은 협상 테이블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자동 비상조치 조항이 없으면 “비관세 쌀의 유입이 통제 불가능해져 유럽 농가가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이들은 기준선(reference threshold)을 6%로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수입 임계치 초과 시 자동으로 조치가 발동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들은 지속 가능한 생산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국가에서 수입되는 쌀에 대해서는 “상호주의 원칙(reciprocity)”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들은 일부 수입국의 쌀이 EU의 환경·사회·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일부 쌀 재배지에서는 트리사이클라졸(tricyclazole)이라는 EU에서 금지된 농약이 여전히 사용되며,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이 농약의 최대 잔류허용치(MRL)를 상향하려 했던 시도도 저지된 바 있다. 

2. 유럽연합 기관 및 이사회(Council)의 입장

일부 EU 회원국, 특히 쌀 생산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들은 자동 조치보다는 감시 체계를 선호한다. 이는 과도한 보호가 개발도상국에 대한 GSP의 기본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럽 이사회 문건에서는 이탈리아 등 국가들이 자동 비상조치 도입을 공식 요청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기존 GSP 규정에도 쌀에 대한 일반적 및 특수한 비상조치(safeguard) 및 감시(surveillance)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응답했다. 

최근 유럽법령(공고)은 캄보디아 및 미얀마산 인디카 쌀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사를 시작했으며, 여기에 근거하여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도 마련되었다. 

구체적으로, 해당 조치에 따르면 첫 해에는 톤당 €175, 두 번째 해에는 €150, 세 번째 해에는 €125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는 일시적으로 쌀 산업에 숨통을 틔우는 조치로, 수입 과잉을 억제하고 EU 농업이 새로운 시장 조건에 적응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3. 생산자 vs 무역 외교의 긴장

쌀 동맹을 추진하는 국가들은 자국 농업의 생존을 위해 제도적 보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동시에 EU의 개발도상국 지원 정책과 충돌할 위험이 있다.

만약 자동 조치가 너무 엄격하게 적용되면, 개발국의 수출이 심각하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GSP 제도의 원칙인 ‘무역을 통한 개발 지원’을 약화시킬 수 있다.

반대로, 자동조치가 약해지면 EU 농업계는 지속적인 가격 경쟁 압박에 노출될 것이며, 이는 유럽 쌀 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IV. 쌀 동맹의 의미와 파장

1. 농업 생존 전략으로서의 연대

이번 동맹은 단순한 무역 로비를 넘어, EU 내 쌀 산업의 공동 전략적 대응을 상징한다.

과거에 쌀 가격 하락, 수입 급증 같은 개별 국가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대규모 다자 연대가 형성된 것은 이번이 유례가 드물다.

이는 EU 농업 정책이 중앙집권적 보호보다는 회원국 간 연대를 통해 ‘공동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 무역 정책의 시험대

GSP 개정 협상은 유럽의 무역 정의와 농업 보호 사이의 균형을 다시 그리는 중요한 기회다.

쌀 동맹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이는 유사한 농업 분야(예: 설탕, 육류)에서도 자동 비상조치 도입 요구를 부추길 수 있다.

반대로 협상이 실패하거나 자동 조치가 배제된다면, 이는 EU 농업계가 향후 더 강경한 보호주의로 돌아갈 유인이 될 수 있다.

3. 개발도상국과의 외교적 관계

쌀 동맹이 강화되면, GSP 수혜국—특히 EBA 국가들—과의 관계에 긴장이 생길 수 있다.

자동 관세 부과 조치는 이들 국가의 쌀 수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이는 무역 수단을 통한 개발 지원이라는 GSP의 본래 목적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

반면, 이들 국가도 EU 쌀 산업의 존속을 고려할 때 일부 조정의 여지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V. 현장의 목소리

1. 농민과 생산자 단체

Farm Europe 관계자는 “우리는 단지 보호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생존을 위해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opa & Cogeca(유럽 농업 협동조합 조직)도 “현재의 수입 수준과 가격 격차는 지속 불가능하며, 현실적인 조치 없이는 EU 쌀 산업의 붕괴가 머지않았다”고 경고한다.  특히 이들은 “쌀에 대한 별도 쿼터 설정, 자동 조치, 삼각 거래 방지(anti-triangulation) 등 복합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 정부 및 정책 입안자

이탈리아 농업부 및 대표자들은 유럽 이사회에 보낸 문건을 통해, “450,000톤에 달하는 미세분 쌀이 캄보디아와 미얀마로부터 무관세로 유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세이프가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세 부과를 결정했으며, 이는 일시적 조치로 농업계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EC는 장기적으로는 GSP 제도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으며, 농업 보호와 개발도상국 지원 사이의 조화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VI. 향후 전망 및 시사점

1. 협상 전략의 변화

쌀 동맹의 재출범은 GSP 개정 협상의 레버리지 강화 수단이다. 자동 조치 요구를 카드로 삼아 협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 분명해 보인다.

유럽 의회와 이사회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쌀 동맹은 더 강도 높은 정치적 행동(예: 공동 입장 선언, 제도적 블록)도 고려할 수 있다.

2. 제도 설계의 가능성

향후 제도 개정에서 “자동 조치 + 감시 메커니즘 + 쿼터 + 역삼각 거래 방지” 등 다층 구조의 설계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농업계와 정책 입안자 간에 기술적 타협이 이루어질 경우, 이는 미래의 무역 정책 설계에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3. 국제적 파급효과

EU의 조치가 강화되면, 쌀 수출국 특히 개발도상국에 대한 수출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또한 다른 민감 농산물에 대한 보호 요구를 촉발할 수 있으며, GSP 제도를 둘러싼 글로벌 무역 담론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다.

4. 쌀 산업의 구조 재편

자동 조치가 도입되면 EU 내 쌀 산업은 단기적으로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유럽 쌀 산업이 더욱 경쟁력 있게 재정비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보호를 넘어, 생산 효율성 강화, 품질 차별화,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 구축 등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결론: 갈림길에 선 유럽 쌀 산업

EU 국가들이 쌀 동맹을 재출범시킨 것은 단순한 농업 로비를 넘어, 무역 제도 설계의 근본적인 재고를 촉구하는 강력한 신호다. 자동 비상조치 도입을 둘러싼 협상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는 단지 쌀 산업의 미래뿐 아니라, EU의 무역 정의, 개발 지원, 농업 보존 간 균형을 재설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쌀 동맹은 단순한 목소리 이상의 힘을 갖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EU 내부에서 이 목소리가 제도 설계에 실제로 반영될지 여부, 그리고 외교적·경제적 충돌을 어떻게 관리할지이다. 그 결과는 앞으로 몇 달, 아니 몇 년간 유럽 농업과 무역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원한다면, 쌀 동맹 재결성의 개별 국가별 분석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나 GSP 개정 협상의 시나리오별 전망(최선·중간·최악)까지 포함한 보다 심층 리포트를 쓸 수 있어.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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