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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코리아의 2025년 회계연도(2024년 9월∼올해 8월) 매출은 7조 32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 늘었고 영업이익은 16.5% 증가한 2545억원에 달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8% 감소한 2062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이 기간 미국 본사로 송금한 배당금은 2500억원으로 전년보다 1000억원 증가했고, 국내 기부금은 14억원에 그쳤다. 여기에 최근 식품·생활용품 등 주요 품목 가격과 연회비 인상까지 겹치면서, 해외로 가져가는 수익은 커지고 소비자 부담만 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코스트코는 여전히 국내 창고형 시장에서 가장 큰 체급을 갖고 있다. 코스트코코리아의 매출은 2019년 4조원을 넘긴 뒤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에 5조원을 돌파했고, 이젠 7조원대에 올라섰다. PB ‘커클랜드’가 구축한 품질 신뢰도와 유료 회원제를 기반으로 한 높은 충성도는 코스트코가 가진 확실한 방어 자산으로 꼽힌다. 다만 이런 영향력이 예전만큼 절대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변수는 토종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의 약진이다. 트레이더스 연매출은 2013년 6000억원대에서 지난해 3조 5000억원대로 확대됐고, 올해 3분기에는 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서는 등 성장 속도가 뚜렷하다. 올해 1~3분기 누적 실적 역시 매출 2조 8674억원, 영업이익 112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5.7%, 26.9% 늘며 외형과 수익성이 동시에 개선됐다. 코스트코가 여전히 성장하는 시장 환경에서도 트레이더스가 꾸준히 체급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 변화의 핵심이다.
트레이더스는 최근 몇 년간 매출·출점·상품 구색을 중심으로 외형을 빠르게 넓혀왔다. 특히 지난해 7월 트레이더스와 이마트 본점 간 통합 매입 체계를 구축해 원가 경쟁력을 높였고, 올해 9월에는 이마트·에브리데이·노브랜드와 동일한 급의 ‘전담 사업부’로 격상되며 조직적 독립성과 투자 여력이 강화됐다. 이러한 체질 개선을 바탕으로 대용량·가성비 상품군 확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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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사례가 트레이더스 PB 브랜드 ‘T 스탠다드’다. 생필품부터 트렌드 상품까지 핵심 기능에 집중한 설계로 품질을 높였고, 대량 매입·대단량 구성·저마진 정책을 결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T 스탠다드 매출은 올해 1~10월 기준 전년보다 약 19% 늘며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외에도 트레이더스는 T 스탠다드를 포함 약 4000여개 상품을 운영하며 매년 절반 이상을 신규 또는 리뉴얼 상품으로 교체 중이다. 올해 8월까지 직소싱 신규·리뉴얼 상품만 180여종에 달한다.
열린 창고형 모델을 지향하는 점도 트레이더스의 강점으로 꼽힌다. 코스트코코리아가 전국 20개 매장에서 ‘폐쇄형 회원제’를 고수하는 것과 달리 입장 장벽이 낮아 접근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를 발판으로 출점 속도도 더욱 빠르다. 2022년 동탄점, 2023년 수원화서점에 이어 올해는 마곡점과 전국 최대 규모인 인천 구월점을 열었고, 구월점은 개점 엿새 만에 누적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현재 전국 24개 점포를 운영 중으로, 이런 흐름이 유지되면 내년 연매출 4조원대 진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처럼 양사의 전략이 갈라지면서 창고형 시장의 무게중심도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회원제와 PB 중심의 기존 모델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 확장 속도 면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트레이더스는 출점 속도, PB·직소싱 경쟁력, 접근성 강화 등을 기반으로 국내 소비 패턴 변화에 더 빠르게 반응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을 배경으로 코스트코 독점 중심의 체제가 점차 양강 구도로 재편되는 초기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스트코의 체급 우위는 쉽게 흔들리지 않겠지만, 가격·연회비 인상과 배당 구조가 소비자 시선에 부담을 주는 흐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트레이더스는 출점 확대와 카테고리 조정으로 체급을 키우는 흥행 초기 국면에 가깝다”며 “코스트코가 가격·상품·운영 효율에서 빈틈을 보일 경우, 지금의 균열이 실제 시장 지형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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