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山門)에 기대어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 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옴을
송수권(1940~2016) 시인은 전남 고흥 출생으로 서라벌예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75년 ‘산문(山門)에 기대어’가 ‘문학사상’ 신인상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영랑시문학상, 김동리문학상을 수상했다. 순천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지냈다. ‘꿈꾸는 섬’ 등 시집과 ‘다시 산문에 기대어’ 등 산문집을 펴냈다. 송수권 시인은 남도 특유의 가락과 토속어의 사용으로 슬픔과 한을 넘어서는 시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수권 시인은 서울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던 1974년 서대문 화성여관에서 시 ‘산문(山門)에 기대어’를 원고지가 아닌 백지에 써서 ‘문학사상’에 응모를 했는데, 잡지사 기자가 이를 휴지통에 버리고 말았다. 당시 이어령 편집주간이 휴지통의 시를 발견하고, 1년 후에 겨우 시인을 찾아 등단 작품으로 소개했다. 이 일화로 이 시는 '휴지통에서 나온 작품'이라 불리며 문단의 화제가 되었다. 이 시에서 ‘그리메’는 '그림자'의 옛말이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1917-1918). 캔버스에 유화 물감, 46.5×57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는 클로드 모네(1840-1926), 카미유 피사로( 1830-1903)와 교유하며 인상주의의 흐름에 동참한다. 르누아르는 밝고 풍성한 색채와 부드러운 붓질로 인간의 일상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특히 야외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행복한 순간을 작품에 담아냈다. 여인의 초상, 꽃, 어린이 등의 주제를 자주 그리며 인간의 본질적 아름다움과 행복을 강조했다.
이 그림은 르누아르 특유의 풍부한 색채와 부드럽고 우아한 붓질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좌측에는 흐드러지게 핀 꽃송이가 화병에 가득 꽂혀 있고, 역시 화려한 꽃으로 장식된 노란 모자를 쓴 여인이 앉아 책에 집중하고 있다. 작품 속 여성 앙드레는 1915년경부터 르누아르의 작품에 자주 등장했던 모델로, 작가 특유의 우아하고 낭만적인 여성 표현을 잘 보여준다.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부드러운 선과 화사한 핑크빛의 색채는 독서하는 순간의 평온하고 행복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출처:>
길손 /정진업 시, 조두남 작곡 /소프라노 이규도
조두남(1912~1984)은 평양 출생으로 마산에서 주로 활동한 작곡가다, 평양 종로공립보통학교를 졸업했다. 6세 때 미국인 신부 캐논스에게 작곡을 배운 뒤 11세 되던 해인 1923년 가곡 ‘옛이야기’를 작곡했다. 1943년부터 징병제를 찬양하고, 대동아공영권을 건설하자는 내용의 군가풍 국민가요를 작사·작곡해 친일논란이 있는 작곡가다. 광복 후 귀국해 서울에서 창작활동을 하다가, 6·25전쟁으로 마산으로 피난해 그곳에 정착했다. 대표작으로는 가곡 ‘선구자’, ‘옛이야기’, ‘그리움’, ‘제비’, ‘접동새’ 등을 꼽을 수 있다,
이규도(1940∼2024)는 평안북도 의주군에서 태어나 6.25 전쟁 때 월남했다. 보성여고, 이화여대 음대를 나와 줄리어드 스쿨 음악대학원에서 공부했다. 국민학교 시절부터 KBS 어린이 합창단원으로 활동했다. 1970년 도미해 줄리아드 스쿨 장학생으로 수학하며 마리아 칼라스에게 성악을 배웠다. 이화여대 음대 교수와 학장을 역임했다, 1985년 남북 예술단 상호방문 때 평양에서 ‘그리운 금강산’을 불렀다, 오페라뿐 아니라 한국 가곡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1987년 '소프라노 이규도 애창가곡집'을 펴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가곡들을 널리 알렸다.
■ 김시행 저스트이코노믹스 논설실장: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산업부, 증권부, 국제부, 문화부 등 경제·문화 관련 부서에서 기자, 차장, 부장을 두루 거쳤다. 한경 M&M 편집 이사, 호서대 미래기술전략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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