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노송로를 떠올리며 본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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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노송로를 떠올리며 본 ‘검찰개혁’

경기일보 2025-11-20 19:14: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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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장

어린 시절 서울에서 수원으로 내려오던 옛길을 떠올려 보면 한적한 시골길 양옆으로 늘어서 있던 노송들의 자태가 아른거린다. 그 길은 아마 정조 임금이 수원화성으로 행차할 때 지나던 길이었을 것이다.

 

오래 세월을 버틴 소나무들이 병풍처럼 뻗어 있는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던 기억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목동과 정자동 일대에 일부 노송만이 그 시절의 흔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서울과 수원을 잇는 국도가 개설되면서 대부분의 노송이 베어 졌기 때문이다.

 

편리한 도로를 개설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었지만 그와 함께 또 하나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지킬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검찰의 권력화된 행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검찰개혁 논의가 한창 뜨겁게 진행 중이다. 필자 역시 검찰개혁의 필요성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개혁은 또 다른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각적인 검토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그 결과 수사권 대부분이 검찰에서 분리돼 경찰로 이관됐다. 원론적으로 수사권의 분리와 독립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실행 과정에는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이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바로 경찰의 전문성 부족 문제였다. 수사권 독립을 추진하기에 앞서 이러한 문제가 충분히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사기죄나 배임죄처럼 민사 법리가 깊이 얽혀 있는 사건에서 한계가 종종 드러났다.

 

경찰이 혐의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한 채 검찰로 사건을 송치하면 검찰은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사건을 다시 경찰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 반대로 경찰이 혐의가 불분명하다는 취지로 불송치 결정을 내릴 경우 피해자는 이의신청을 하게 되고 이의신청된 사건은 다시 검찰의 보완수사 명령과 함께 경찰로 내려온다.

 

이렇게 사건이 양 기관 사이를 오가다 보면 검찰에는 이의신청 사건이 쌓이고 경찰은 보완수사 부담에 시달린다. 양 기관은 업무 과중을 호소하지만 결국 피해를 입는 쪽은 시간만 흘려보내는 국민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문제는 결국 경찰의 전문성 부족에 기인한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와 관련, 검찰의 주요 기능을 전면적으로 경찰에 이관하는 방안에 크게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 앞서 언급했듯 경찰의 전문성 부족 문제다. 현재도 경찰의 수사 역량은 검찰의 법리 검토와 보완을 통해 완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모든 법리적 판단까지 맡게 되면 실무적으로 큰 어려움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

 

둘째, 경찰 권력의 비대화 문제다. 검찰이 과거 권력기관으로 변질된 것처럼 경찰 역시 같은 길을 걸을 우려가 있다. 권력은 언제나 감시받지 않으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경찰에 전문가들을 충원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경찰의 권력화를 막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구가 필요하다. 국민에 대한 본연의 수사 임무를 적절히 수행하기 위한 수사기관으로서 검찰과 경찰이 서로를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는 구조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검찰이 경찰을 지휘하는 구조는 이제 이미 깨졌다. 나아가 이제 이전 모습의 검찰청은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한편 경찰 수사 실무는 아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경찰에 대한 검찰의 법리적 보완 기능을 이용해 실무에서 전문성을 보충하고 경찰의 권력화를 막는 방책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수원에서 더 이상 노송로는 볼 수 없다. 편리한 도로는 얻었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는 잃었다. 좀 더 신중히 고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찬가지로 검찰개혁이 개혁이라는 대의명분과 함께 국민을 위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는 실질적 수사 개편으로 완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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