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은 내일의 희망이기 전에 오늘을 살아가는 권리의 주체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일상 곳곳에서 누려야 할 기회를 잃고,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에서 멀어져 있다. 베이비뉴스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과 함께 11월 아동권리주간을 맞아 아동의 삶 속에서 드러나는 격차를 짚어보고, 모든 아동이 존중받고 행복한 사회를 향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변화를 이야기하는 기획연재 〈격차를 넘어 : 아이들의 오늘을 말하다〉를 전개한다.
아동의 참여는 어른이 허락해 주는 특혜가 아니라, 이미 보장돼야 할 권리다. ⓒ베이비뉴스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정책 현장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이 곧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학교, 지역사회, 각종 위원회에서 아동의 의견을 묻는 자리는 많아졌지만, 그 목소리가 사회의 결정을 바꾸는 일은 드물다. 듣는다는 것과 반영한다는 것 사이에 깊은 간극이 존재한다.
보건복지부 ‘2023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동의 4대 권리를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생존권 13.9%, 보호권 16.8%, 발달권 15.2%, 참여권 12.3%로 나타났다. 참여권 인식은 2018년 4.9%에서 12.3%로 크게 상승했지만, 다른 권리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참여권은 여전히 보호권에 비해 보장받기 어려운 권리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아동의 참여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꾸준히 높아졌다. 학교와 지역사회, 정부 정책의 영역에서 “아동의 의견을 듣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각 지자체에서도 아동 조직 운영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역시 2019년부터 전국 아동이 스스로 지역사회 문제를 발견해 개선방안을 제안할 수 있도록 아동 참여조직 ‘아동권리모니터링단 굿모션(Good motion)’을 운영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나는 아동들은 신체·마음건강 서비스 부족, 이용시설 위험, 휴식공간 부족 등 자신이 체감하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기하며 사회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동의 참여가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의견을 모으는 단계에서 멈추고, 그 결과가 제도라는 언어로 번역되는 과정은 불투명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참여 기회의 확대보다 ‘참여 결과의 구조화’다. 아동이 제시한 의견이 정책결정과정에서 어떻게 검토되고, 어떤 이유로 채택 혹은 반려됐는지 명확히 공개하는 피드백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이를 통해 아동은 자신의 참여가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고, 사회는 그 의견을 정책 설계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참여가 형식에서 반영으로 전환되려면, 학교 교육 또한 권리교육 차원을 넘어 아동이 실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교육으로 발전돼야 한다. 학급규칙을 정하거나, 지역의제를 토론하는 경험이 일상화될 때 참여는 생활의 과정이 되괴, 참여권은 문서 속 권리가 아닌 현실의 권리로 자리 잡을 것이다.
아동의 참여는 어른이 허락해 주는 특혜가 아니라, 이미 보장돼야 할 권리다. 그 권리가 실현될 때 우리는 비로소 아동의 행복을 이야기할 수 있다. 아이들이 용기 내어 목소리를 냈을 때, 그 말이 제도의 문장으로 남는 사회, 그것이 아동권리 보장의 진짜 출발점이다.
여전히 많은 아동이 아이라는 이유로 의사결정의 주변에 머물러 있다. 이 격차를 넘어 모든 아동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은, 아동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변화의 주체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귀 기울여야 할 것은 ‘아이들의 내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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