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승소해 약 4천억원 규모 배상 책임을 면한 가운데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운영 구조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무분별한 사모펀드의 금융·기업 매입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반대행동)’에 따르면 반대행동은 최근 성명을 내 “은행과 기업을 사모펀드에 넘긴 과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며 론스타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정부의 부실한 정책 결정과 관료·정치권의 책임 회피에서 찾았다. 단체는 특히 “홈플러스 경영 실패 등에서 ‘제2의 론스타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정책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반대행동은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정부가 ‘부실금융기관 정리’ 요건을 과도하게 적용해 인수 자격이 없는 사모펀드에 대주주 지위를 줬다고 비판했다. 이후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도 징벌적 조치 없이 재판 결과만 지켜보며 재매각 명령에 그쳤고, 이 같은 미온적 대응이 론스타의 ISDS 소송 빌미가 됐다고 지적했다.
론스타는 인수 이후 파생상품 판매 확대 등 단기 고수익 창출에 집중했고, 2012년에는 외환은행을 4조원에 매각하며 ‘성공적 엑시트’에 나섰다. 반대행동은 “이 모든 과정이 사모펀드 소유 구조가 가져오는 전형적 폐해이며, 정부가 적절한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단체는 현재진행형 폐해로 홈플러스 사례를 꼽았다. 성명에서 “사모펀드 MBK의 경영 실패로 노동자·거래업체·채권자가 줄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사모펀드의 목적에는 기업 성장이나 고용, 재투자가 없다. 단기간에 기업을 ‘쥐어짜서’ 투자금 회수와 수익만 극대화하는 것이 전부”라고 성토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20일 마트노조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김병주 MBK 회장이 최근 강조한 ‘책임투자’ 메시지를 정면 비판했다. 민병덕 의원은 “이것이 김 회장의 사회적 책임이냐”며 “국민을 조롱하는 태도”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앞서 MBK는 지난 17~18일 연차총회에서 펀드 투자자와 포트폴리오 기업 대표 등을 대상으로 ‘책임투자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허영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국회 정책회의에서 “국내 2위 유통기업이던 홈플러스가 MBK 인수 이후 경영이 급속히 악화했고 사실상 청산 기로에 서 있다”며 “10만 명 가까운 일자리가 흔들리지만 검찰·금융당국 조사는 제자리”라고 비판했다.
허 부대표는 이어 “사태의 핵심은 기업 가치나 장기 성장보 추다 단기 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한 사모펀드식 경영”이라며 “홈플러스 문제는 단순한 유통기업의 몰락이 아니라 금융자본의 단기 이익구가 어떻게 수십만 명의 생존과 지역경제를 위협하는지 보여주는 경고”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과 금융당국이 신속히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 피해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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