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신규투자에 동원할 현금 부족…매각 어려운 비유동 자산 많아"
'네옴 프로젝트' 등에 자금 대거 투입…유동성 위기 신호 포착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 1조달러(약 1천460조원)를 투자하기로 약속했으나, 이런 투자에 동원하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현금이 부족한 상태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7년여만에 미국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전날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대미 투자액을 기존 6천억 달러에서 1조 달러 규모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빈 살만 왕세자는 1조달러를 어떻게 조달해 어디에 투자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PIF 운영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PIF가 새로운 투자에 쓸 현금은 고갈되고 있다. 이는 빈 살만 왕세자와 그의 측근들이 국가 자금을 미래 신도시 '네옴' 등 재정적으로 취약한 프로젝트에 대거 투입한 탓이다.
또 최근 PIF는 인공지능(AI) 기업을 비롯해 민간기업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미국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 지분 확보에 나섰다.
PIF는 자산이 1조달러에 육박한다고 주장하는데, 포트폴리오의 상당수는 시장 평가가 불가능한 매각하기 어려운 자산에 묶여 있다.
이 때문에 PIF 측은 최근 해외 투자자들에게 당분간 추가 자금 배정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알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완 바크랄리 PIF 대변인은 PIF의 현금 및 유사 금융 자산이 600억달러 규모라며 이를 "지역 기준으로 보면 유동성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PIF가 유동성과 운영 등에서 위기에 직면했다는 신호가 드러나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PIF 내부에서는 빈 살만 왕세자의 감독하에 적극적으로 조직 개편을 진행 중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네옴 프로젝트 책임자를 이미 해임했으며, 여러 투자 사업을 대상으로 내부 수익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또 PIF 이사회는 5년 내 자산 2조달러를 목표로 앞으로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적인 투자 분야로 방향을 전환하는 계획도 짜고 있다.
하지만 PIF 자산을 불릴 자금이 투자 수익에서 나올지 정부의 추가 재정 투입으로 나올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사우디는 여전히 석유 부국이지만 국제 정세에 따른 감산 합의와 유가 하락 영향으로 석유 생산을 제한받고 있다.
이 와중에 빈 살만 왕세자의 국내 공약 수행을 위해 사우디 정부의 재정 적자가 커지고 부채도 늘어나고 있다고 NYT는 짚었다.
사우디가 매년 주최하는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에서도 사우디의 재정 부족 신호가 포착됐다. '사막의 다보스'로 불리는 이 행사에는 전 세계 금융·산업계 거물 수천 명이 참석한다.
PIF 총재의 호화 저택에서 열리는 만찬은 원래 행사의 최고 인기 파티였으나, 올해는 사모펀드 거물인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최고경영자(CEO)의 자리가 빈 채 시작하는 등 분위기가 달랐다고 한다.
또 PIF 측에서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바뀐 투자 조건을 통보했으며,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FII에서 '돈 보따리'를 안고 돌아가던 시대가 끝났다는 말도 돌았다고 NYT는 전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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