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측 "박람회 때 모르고 쓴 서류, 대학 교직원이 접수"
해당 대학 "원서는 문제없어, 학부모와 대책 협의 중"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광주의 한 2년제 대학이 진학박람회에서 작성된 입학지원서를 자체 접수하고 해당 수험생을 수시에서 합격시켰다가 수험생과 학부모로부터 "접수 의사 확인 없이 대학이 맘대로 접수했다"며 강한 반발을 사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광주의 A대학과 해당 수험생 B군, 학부모 등에 따르면 지난 달 16일 A대학은 B군이 포함된 수시모집 합격생 명단을 발표하고 당사자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B군과 학부모는 "A대학에 입학지원서 접수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다"며 학교 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합격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B군 아버지는 "아들이 친구들과 진학박람회에 참석했을 때 기념품을 준다는 말에 서류에 멋모르고 사인한 적은 있지만 그것이 입학지원서인 줄 몰랐다고 한다"며 "설혹 실수로 원서에 사인을 했다 하더라도 원서접수를 본인이 하지 않고 대학이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해당 진학박람회는 광주시교육청 주최로 지난 7월 18~19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전국 149개 대학이 참여했으며 이 중 2년제 대학도 10여곳이 포함됐다.
대학들이 입시 정보를 제공하는 자리이지만, 종이 입학지원서를 사용하는 2년제 대학 일부는 원서를 부스에 비치하고 학생이나 학부모들로부터 미리 원서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2년제 대학들이 원거리 학생 편의 제공 등의 명분으로 박람회에서 원서를 작성해 추후 공식 원서 접수 기간에 당사자 의사 확인 후 등록하는 방식이다.
당시 A대학 부스를 방문했던 B군도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입학지원서를 제출한 것처럼 받아들여졌으며 전형을 거쳐 수시모집 합격생이 됐다.
A대학은 원서접수 기간 B군에게 접수 등록 의사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B군 측은 이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군 아버지는 "기념품을 준다는 학교 관계자 말에 사인을 했을 뿐이며 입학지원서인지 몰랐다고 한다"며 "문자메시지로 취소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대학이 이를 접수 의사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7월에 작성한 입학원서를 교직원이 가지고 있다가 9월에 접수한 것은 일종의 불법 대리접수 아니냐"며 "내신 2등급 아들이 수시와 정시를 놓고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선택권이 어이없게 사라져버렸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대학 측은 본인이 직접 손으로 작성한 입학지원서가 있으며 이는 다른 방명록 등과 혼동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대학 관계자는 "종이 입학지원서의 경우 접수 방법이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접수 의사 여부를 학생 하나하나 모두 직접 물어보고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학부모와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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