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카페쇼' 현장은 커피의 향과 열기로 가득했다. 고즈넉한 철학을 담은 국내 유명 로스터리들의 깊은 원두 향부터 이색 커피의 등장까지, 커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시도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한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상품과 예술적인 디자인의 커피잔들은 커피를 마시는 행위를 넘어 라이프스타일로 확장시키고 있었다. 지금부터 2025년 코엑스를 뜨겁게 달군 커피 부스의 현장 스케치를 따라가 본다.
국내 인기 로스터리의 향연 : 앤트러사이트, 그라츠 커피랩
로스터리 카페 관 입구에 위치한 ‘앤트러사이트’ 부스 앞에서 관계자는 “무연탄(Anthracite)처럼 커피로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라며 브랜드의 지향점을 설명했다. 앤트러사이트는 서울 연희, 합정, 서교 등에서 세 지점을 운영하며 두꺼운 팬층을 확보한 카페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직장인 박정주 씨는 "원래 앤트러사이트 원두 좋아해서 자주 갔다"라며 "무연탄 뜻인 줄 몰랐는데, 알고 보니 디자인에도 검은색을 많이 들어가 있다"라고 공감했다.
부스 전면에는 앤트러사이트의 원두들이 놓여 있었다. '버터 팻트리오'는 균형 잡힌 풍미가 특징이며, 다크 초콜릿의 여운이 길게 남는 원두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대추, 카카오닙스 등 여러 재료에서 나오는 진하고 묵직한 단맛이 독특한 향미 뒤 쌉싸래한 여운을 남긴다. '히스토리 미스터리'는 다크 블렌딩 원두지만 부드러운 질감을 자랑한다. 시음 코너에서 한 번 마셔보니, 볶은 견과류의 고소함과 브라운 슈가의 달콤함이 어우러지면서, 끝에는 카카오의 진한 향이 느껴졌다.
바로 옆 부스에는 '그라츠 커피랩'이 자리하고 있었다. 종로, 논현, 건대뿐만 아니라 과천, 분당 등 전국에 많은 지점을 둔 이곳은 오스트리아 여행 중 만난 작은 카페의 에스프레소 향과 공간에서 영감받아 설립되었다. 'A Seoulful Blend for Every Soul'이라는 사명을 내세우며, 에스프레소에 흑임자·제주 말차 등 한국적인 재료를 반영하고 있다.
부스 한편에서는 시그니처 메뉴들을 시음 행사로 대거 선보였다. '너티 드롭'은 그라츠만의 수제 땅콩 크림 위에 진한 에스프레소가 올라간 고소하고 달콤한 맛을 냈다. '말차 드롭'은 100% 유기농 제주 말차를 사용하여 풍미가 일품인 대표 음료다. 직접 마셔보니 쌉싸름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딸기 드롭'은 고급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로 만든 그라츠만의 요구르트에 딸기를 올린 음료다. 한 모금 마시자 상큼한 딸기 향이 부드럽게 퍼졌다.
고정관념을 깨는 이색 커피의 등장
C홀로 들어서자 '위스키'와 '럼' 향을 담은 인도 커피가 관람객들의 코와 입을 자극했다. 관계자는 "세계에서 위스키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위스키 최대 소비국이 인도"라며, 위스키가 인도에서 사랑받는 음료임을 강조했다.
시음 코너에서는 위스키, 럼 향 커피가 관람객들에게 제공되고 있었다. 해당 커피는 실제 위스키나 럼을 첨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향부터 알코올 향이 가득하고 맛도 비슷하게 구현됐다. 서울 잠실에 사는 직장인 김수지 씨는 "향부터 술 같은데 알코올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라며 감탄했다.
C홀 안쪽에는 무카페인 브랜드 '너피(Noffee)'가 시선을 끌었다. 이 제품은 이마트, 트레이더스, 맥널티커피가 공동으로 연구 개발한 것으로, 7가지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졌다. 직접 마셔보니 일반 커피와 거의 구별되지 않을 만큼 맛이 비슷했다. 이 정도라면 커피를 대체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카페인을 대체하려는 음료 선택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10월 판매된 디카페인 커피는 약 3650만 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 투썸플레이스 역시 올해 같은 기간 디카페인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고 알려졌다.
커피 문화를 완성하는 MD 상품
반대편에서는 홍콩의 커피 상품 전문 브랜드 '러브라믹스(Loveramics)'는 여러 예쁜 디자인의 라테 잔을 선보였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손잡이가 있는 버전과 없는 버전, 에스프레소 잔부터 플랫 화이트 잔, 카푸치노 잔, 가장 큰 카페 라테 잔까지 다양한 사이즈로 준비되어 많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커피 소비의 윤리적 측면을 강조하는 친환경 상품도 눈에 띄었다. 벽면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카페 키츠네' 같은 인기 브랜드의 파우치도 전시돼 있었다. 이 파우치들은 대부분 자연 분해가 가능한 생분해성 소재로 제작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환경 보호를 넘어, 소비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커피 소비에 대한 가치를 직접적으로 제시하려는 업계의 노력을 보여준다.
독창성과 가치를 담아 진화하는 커피 문화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니, 커피 산업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 문화와 기술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각 부스는 로스팅 철학을 기반으로 한 국내 전문 브랜드의 약진, 위스키 향이나 대체 커피 '너피'와 같은 이색적인 실험, 그리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 굿즈의 확산 등 '커피 문화가 세계로 나아가는 방식'을 보여줬다.
한 잔의 커피에는 로스터의 철학이, 파우치에는 윤리적 가치가 담겨 있었다. 이러한 독창성과 끊임없이 진화하는 태도가 바탕이 되어, 한국의 커피 문화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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