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그간 제기됐던 인공지능(AI) 버블 우려가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로 단숨에 잠재워졌다. 며칠간 불안정했던 국내 증시는 엔비디아발 훈풍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증권가는 이번 엔비디아 호실적에 힘입어 기술주의 매력도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이던 코스피는 엔비디아의 호실적 발표 이후 단숨에 4000선을 회복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99.05포인트(p, 2.52%) 오른 4028.56에 마감했다.(장 마감 후 수정) 주요 엔비디아 수혜주로 손꼽히는 삼성전자(4.77%)와 SK하이닉스(2.05%)는 동반 상승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기 조정 후 동반 급등
엔비디아가 19일(현지시간) 발표한 3분기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월가 전망치인 550억 달러를 상회하는 매출 570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순이익 319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2%, 순이익은 65% 늘었다.
실적 발표 후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6% 이상 추가 상승했다.
지난주부터 엔비디아가 실적을 발표하기 전 거래일인 19일까지 AI 버블 우려와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3.10%), 삼성전자(-1.43%)는 동반 하락세였다. 지난달 각각 60.86%, 28.13% 급등한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였다.
이번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두 종목 모두 반등에 성공하며, 조정의 끝을 알렸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 주간 AI 버블 우려가 확산되며 기술주 전반의 긴장감이 고조됐으나, 엔비디아의 견조한 분기실적과 가이던스를 통해 시장과 기술주 섹터의 투자심리를 신속하게 회복시킬 강한 모멘텀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젠슨 황 “AI는 버블 아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앞서 “실적도 중요하겠지만, 젠슨 황의 투자 기조와 방향성, 새로운 수요처에 대한 입장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서 젠승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는 버블이 아님을 확인시켜 줬다.
그는 “무어의 법칙이 등장한 이후 역사상 처음으로, 과학기술 전반에서 세가지 대규모 플랫폼 전환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면서 “첫번째는 CPU 기분의 범용 컴퓨팅에서 GPU 기반의 가속 컴퓨팅으로의 전환이며, 두 번째는 기존 어플리케이션이 생성형 AI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 마지막으로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를 통해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증권가는 ‘AI 사이클이 이제 시작 단계’라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대한 적극적인 비중확대를 조언한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과는 AI 혁명 논리를 다시 한 번 검증하는 중요한 근거”라면서 “AI 사이클이 ‘9회말’에 가까운 막바지 국면이 아니라 ‘3회초’ 단계에 있는 중장기 사이클의 초기 국면이라는 시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가 구축 중인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에 필요한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수요에 적극 대응 중이다. 양사는 최근 메모리 생산시설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P5 공장 건설을 재개하며 6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규모를 기존 120조원에서 600조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1995년 인터넷 확산기 이후 30년 만에 도래한 메모리 호황의 최대 수혜주”라면서 “AI 반도체의 심장인 HBM, 고용량 서버 D램, eSSD 등 AI 메모리 보든 분야에서 독과점적 공급 지위를 지속하며 사실상 적수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목표주가를 87만원으로 19% 상향 조정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목표주가를 15만원으로 제시하며, “삼성전자는 HBM 물량 증가와 범용 D램 가격 서프라이즈의 동시 수혜가 기대된다”면서 “4분기 현재 고용량 서버 D램 중심의 품귀 현상과 이에 따른 전례없는 가격 급등세로 삼성전자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수혜주로 네이버, SK, 현대차 주목
이외에도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수혜 기대감이 크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SK텔레콤, 현대차 등이 거론된다.
젠슨 황 CEO는 지난달 방한 당시,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클라우드 등 한국 기업에 총 26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 SK, 현대차가 함께 협력하기로 한 AI 팩토리 구축, 네이버와의 피지컬 AI 플랫폼 공동개발 등 다른 프로젝트들도 앞으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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