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의 ‘인종차별’ 판단을 둘러싸고 프로축구 K리그가 뜨겁게 흔들리고 있다. K리그1(1부) 전북 현대의 마우리시오 타리코(타노스) 수석 코치가 지난 8일 대전하나시티즌전에서 보인 손동작이 ‘슬랜트 아이(눈 찢기)’ 제스처로 규정돼 출장정지 5경기와 제재금 2000만원 징계받은 까닭이다. 이에 전북 구단과 선수단은 “의도가 왜곡됐다”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심판보고서와 상벌위 해석, 코치의 주장과 선수의 호소가 엇갈리며, K리그가 중대한 기준점 앞에 섰다는 평가다.
연맹 상벌위는 19일 타노스 코치의 제스처를 “동서양을 막론하고 특정 인종을 비하하는 의미로 통용돼 온 눈 찢기 제스처와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영상 분석과 사례 검토 결과, 타노스가 두 검지를 눈 중앙에서 바깥으로 당기는 동작이 국제축구연맹(FIFA), 아시아축구연맹(AFC), 유럽 주요 리그에서 반복적으로 인종차별 징계의 근거가 된 행동과 일치한다고 결론지었다. 상벌위는 “행위자의 의도보다 외부로 드러난 행위의 보편적 의미가 기준”이라며, 과열된 상황에서의 우발성은 양형에만 제한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발생 맥락 또한 논쟁의 한 축이다. 타노스 코치는 후반 추가시간 상대의 핸드볼 파울 미판정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해당 동작을 보였고, 김우성 주심은 이를 인종차별 행위로 간주해 보고서에 남겼다. 상벌위는 “당시 욕설과 함께 스페인어 ‘racista(인종차별주의자)’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정황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전북은 즉각 반발했다. 전북은 “타노스 코치와 재심을 검토할 것”이라며 상벌위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타노스 코치 측은 진술서를 통해 “판정 항의 과정에서 ‘당신도 핸드볼을 보지 않았느냐’는 의미로 눈을 가리킨 것”이라며 인종차별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선수단도 목소리를 보탰다. 이승우는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코치님은 누구보다 한국을 존중하는 사람”이라며 “의도와 맥락을 무시한 판단은 사실과 큰 괴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유창한 스페인어 화자라는 점을 들어 “‘racista’는 특정 개인의 인종을 겨냥한 표현이 아니라, 불리한 판정 상황을 지적할 때 쓰이는 표현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동시에 “1년 동안 함께한 지도자의 진심을 알기에 이번 징계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다”며 재검토를 호소했다.
이번 사안은 K리그 역사에서도 드문 사례다. K리그에서 인종차별이 인정돼 징계가 내려진 건 1983년 출범 후 단 두 번째다. 오랜 기간 ‘무관용 원칙’을 강조해 온 연맹의 방침,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 심판을 향한 항의의 표현이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지, 그리고 외국인 지도자의 문화적 맥락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는지 등 복합적 쟁점이 맞물린다.
심판 집단에 대한 팬들의 불신이 적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의도가 없었다”는 전북 측 주장과 “보편적 표현의 의미가 기준”이라는 상벌위 판단은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재심 여부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K리그의 인종차별 판단 기준과 항의 행동의 경계가 어디에 놓여야 하는지, 또 외국인 지도자와 선수들이 어떤 문화적 감수성을 갖춰야 하는지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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