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KB국민은행, 보이스피싱 막은 시민 10명에 포상금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지난 3월 택시기사 A씨는 경기 화성시에서 한 승객을 태웠다. 승객은 5분도 안 되는 짧은 거리를 이동하더니 하차했다.
승객은 맞은편으로 건너가 바로 다른 택시로 갈아탔다. 공교롭게도 A씨의 아내 B씨가 몰던 택시였다. 수상함을 느낀 부부는 소통을 이어가며 경찰에 신고했다.
아니나 다를까 승객은 보이스피싱 수거책이었다. 경찰은 그를 검거해 피해액 3억8천만원을 회수했다.
경찰청과 KB국민은행은 20일 서울 광화문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에서 '제3회 KB 국민 지키미상' 시상식을 열고 B씨를 포함한 시민 10명에게 상을 전달했다.
A씨 부부는 앞서 서울 강동경찰서로부터 감사장과 신고보상금을 받기도 했다.
보이스피싱 예방에 기여한 수상자들은 숙박업·금은방·카페 자영업자 등 다양했다. 전부 전국 경찰관들이 추천한 시민들이다.
택시기사 C씨는 승객의 전화 통화를 들었다. '금융감독원 지시'에 따라 현금 9천만원을 금으로 바꾸고, 광주에서 숙박한 뒤 서울에서 사람을 만난다는 내용이었다.
보이스피싱을 직감한 C씨는 즉각 경찰에 신고해 1억원의 피해를 막았다.
금은방, 모텔 등에서도 보이스피싱 신고는 이어졌다.
금은방 업주 D씨는 골드바 구매자가 가격을 신경 쓰지 않고 휴대전화만 보면서 금 거래 단위를 어색하게 말하는 점을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구매자는 보이스피싱 전달책이었고 D씨의 신고는 1천168만원의 피해를 예방했다.
모텔에서 일하던 E씨는 3일간 투숙하던 20대 여성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협박으로 스스로를 가두는 '셀프 감금'을 당하고 있다고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연락받고 출동한 형사가 외출하려는 여성을 막아서며 3억원의 피해를 예방했다.
모텔 업주인 F씨도 객실을 청소하던 중 침대 뒤편에 설치된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에 적극 조력해 범인 검거에 기여했다.
수상자들에게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명의의 감사장과 함께 KB국민은행이 준비한 감사 포상금 100만원이 수여됐다.
신효섭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장은 "보이스피싱 예방 문화를 확산하는 뜻깊은 행사"라며 "선제적 대응체계 구축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박영세 KB국민은행 소비자보호그룹 부행장도 "국민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예방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매우 크다"고 했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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