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세간이 계란으로 떠들썩했습니다. 이경실이 지난해 시작한 온라인 계란 사업 때문이었죠. 최근 그와 절친한 조혜련이 개인 SNS 계정에 "알이 다르다", "옐로우와 화이트의 조화" 등의 코멘트와 함께 올린 홍보 게시물이 도화선이었습니다. 특란 기준으로 이 계란 30구의 가격은 1만5000원 선. 시중가보다 다소 값이 높은 터라 고급화 전략을 적용했다고 여겨졌죠. 그러나 계란에 적힌 난각번호가 문제가 됐습니다. 마리 당 약 0.05㎡의 좁은 케이지에서 키운 닭이 생산했음을 의미하는 '4번'이었거든요.
계란 난각번호가 4번인데 왜 비싸?
시장에서 대개 고가로 취급하는 건 동물복지란입니다. 언급한 것처럼 계란을 생산하는 닭의 사육 환경은 계란 표면에 찍힌 난각번호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9년부터 적용된 난각번호 제도는 사육 환경의 등급과 농장 고유 번호를 표기하거든요. 1번은 자연 방목, 즉 풀어 놓고 키운 닭이 낳은 알을 의미합니다. 2번은 실내 평사, 3번은 1평 당 13마리 정도를 키우는 개선형 케이지, 4번은 가장 열악하다는 '기존형' 케이지입니다. 4번 계란은 저렴하지만 환경 상 살충제나 항생제 사용이 유연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동물 복지 이전에, 자유롭게 키운 닭과 케이지에 넣어 키운 닭은 개체 겉모습부터 차이를 보이기도 하고요. 소비자 입장에선 비싸게 팔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거죠.
여기에 이경실과 업체는 반박했습니다. 이들은 이전과 달리 '4번' 환경에서도 살충제나 항생제를 쓰지 않고 닭에게 좋은 먹이를 먹여 키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농장 환경 자체가 상향평준화됐기 때문에 이로 인한 계란의 품질 저하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난각번호와 품질이 무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동물복지란의 비싼 가격은 좋은 환경과 동물에 대한 존중에 매겨지는 것이지 더 좋은 품질때문은 아니"라고 설명하며 자사 계란은 출고 기준 신선도와 품질 단위인 HU(호우유니트)가 시중 1등급란보다 높다고 했습니다. 강황과 동충하초 등 고가의 사료를 먹이고 있으며, 위생과 질병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면서요.
계란 난각번호가 4번인데 왜 비싸?
이경실 측의 반박에 틀린 부분은 없습니다. 난각번호로 대표되는 사육 환경은 동물복지와 관련한 것이 맞기 때문입니다. 닭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좁은 케이지는 품질을 좌우하는 간접적 요소입니다. 먼저 시중에 유통되는 계란의 '품질'을 판정하는 기준이 몇 가지 있는데요. 포장 단위 품질 등급은 +1, 1, 2로 나뉩니다. 각 계란의 외관, 투광, 할란 판정을 통해 A~D 까지 점수를 매기고, A급 계란이 70% 이상이며 B급 이상이 90% 이상이면 최상 등급인 1+ 등급 계란으로 봅니다. 계란 신선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금 여부를 따지며, 깼을 때 노른자는 높고 흰자는 퍼지지 않아야 신선한 달걀로 좋은 품질 등급을 받습니다.
더불어 이경실 측이 말하는 호우 유닛(Haugh Unit, HU)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계란 무게와 난백 높이의 관계를 계산해 산출하는 수치입니다. 호우 유닛이 72 이상인 계란을 최상급으로 판단하고요.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자연 방목으로 키운 닭의 친환경 유정란은 오히려 품질 균일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어린 닭일수록 품질이 높은 계란을 낳는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종합해 보면 동물복지란의 호우 유닛이 낮을 수 있고, 난각번호 4번인 계란이 1+등급일 수 있다는 거예요.
계란 난각번호가 4번인데 왜 비싸?
사육 환경을 크게 신경쓰는 소비자라면 계속 동물복지란을 사겠죠. 그러나 '4번' 계란의 품질이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다만 이 같은 품질 판정 기준을 악용하는 경우는 우려로 남습니다. 예를 들어 항생제는 기준 이하로 사용하면 '무항생제' 마크를 붙일 수 있습니다. 사료에 개미 눈물 만큼 좋은 재료를 섞어 놓고 마치 그 재료만 먹여 키운 닭인 것처럼 과장해 광고할 수도 있고요. 남은 건 소비자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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