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나 블랙핑크만 기다리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한국의 '진짜' 음악을 듣고 싶어서 왔어요."
지구 반대편 멕시코시티에서 한국 대중음악의 저변이 심상치 않다. 화려한 군무와 퍼포먼스로 대변되던 'K-팝'의 정의가 현지 팬들 사이에서 재정립되고 있는 모양새다. 아이돌 그룹 하나 없이, 밴드와 싱어송라이터로 꾸려진 라인업이 티켓 오픈 20분 만에 3천 석을 매진시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지난 13일 멕시코시티에서 개최한 '코리아 스포트라이트 @멕시코' 현장 이야기다. 2023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올해로 3년 연속 '오픈 20분 컷'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멕시코 현지의 한국 음악 수요가 일시적 유행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번 쇼케이스의 핵심은 '다양성'이었다. 기존 해외 공연이 대형 기획사 아이돌 중심이었다면, 이번 무대는 한국 인디 신(scene)과 실력파 뮤지션들이 채웠다.
감성적인 어쿠스틱 사운드의 ▲십센치(10cm)를 필두로, 포스트 록 밴드 ▲코토바(cotoba), 독보적인 음색의 ▲김뜻돌, 전자음악 듀오 ▲힙노시스테라피(HYPNOSIS THERAPY) 등 4팀이 무대에 올랐다. 장르의 파격적인 배치는 적중했다. 현장을 찾은 3천여 명의 관객은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열광했다.
현지 관객 이사벨라 멘도사 씨는 "K-팝 커뮤니티를 통해 행사를 알게 됐다"며 "더 다양한 한국 음악(K-팝)을 알고 싶어 공연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는 중남미 시장의 소비 패턴이 단순히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 그리고 마니아층이 향유하는 다양한 장르로 심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행사가 단순한 '팬 서비스' 차원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콘진원은 쇼케이스에 앞서 B2B(기업 간 거래) 프로그램에 공을 들였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네트워크의 확장이다. 기존 멕시코 중심의 관계자 초청 범위를 남미 전역으로 넓혔다. 중남미 대표 공연 기획사인 '오세사(OCESA)'는 물론, 콜롬비아 최대 음악 축제 '에스테레오 피크닉'을 운영하는 '파라모 프레센타(Paramo Presenta)', 음악 채널 '엑사티비(Exa TV)' 등 굵직한 현지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참가 뮤지션들은 이들과의 1:1 미팅(핵심 델리게이트 미팅)과 피칭을 통해 실질적인 현지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단순히 "공연 잘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앨범 유통과 투어 계약 등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다리를 놓은 셈이다.
성공적인 개최에도 불구하고 과제는 남는다. 정부 주도의 행사가 마중물 역할은 톡톡히 하고 있지만, 민간 차원의 자생적인 투어 시스템이 정착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3천 석 매진은 분명 놀라운 성과지만, 이 열기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후속 관리가 필수적이다. 쇼케이스 이후 개별 아티스트들이 현지 프로모터와 실제 계약을 맺고, 독자적인 투어를 돌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콘진원 이현주 콘텐츠IP진흥본부장은 "멕시코와 중남미는 한국 음악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확대되는 지역"이라며 "한국 대중음악이 경쟁력을 높이고 입지를 다질 수 있도록 전방위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원 의지는 확고해 보이나, 그 지원이 실질적인 '수익 모델'로 전환되는 시점이 언제일지가 관건이다.
한편, '코리아 스포트라이트'는 올해 3월 태국을 시작으로 호주, 영국, 독일, 일본, 멕시코를 거쳐왔으며, 오는 11월 스페인에서 올해의 마지막 여정을 마무리한다.
Copyright ⓒ 스타트업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