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루마니아 출신 안카 다미안 감독의 2019년 작품인 <환상의 마로나(marona's fantastic tale)> 는 시각적인 충격과 철학적인 깊이를 동시에 선사하는 독특한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반려동물 이야기가 아닌, 죽음을 앞둔 한 마리 강아지의 기억을 통해 인간의 삶과 사랑,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작품이다. 환상의>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규격화되지 않은 그림체이다. 마로나의 시선과 감정 상태에 따라 배경과 인물의 형태, 색깔이 끊임없이 변화한다. 어린 시절의 세상은 밝고 단순한 선으로 가득 차 있지만, 외로움이나 혼란을 느낄 때는 화면 전체가 파편처럼 분해되거나 강렬하고 추상적인 색채로 채워진다. 이러한 다채로운 비주얼은 마로나의 순수한 내면과 복잡한 인간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공감하게 만든다.
마로나는 여러 주인을 거치며 이름이 끊임없이 바뀐다. 아홉, 아나, 사라, 마로나.... 이름이 바뀐다는 것은 곧 정체성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하며 마로나의 여정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이다.
마로나는 주인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헌신을 바치지만, 인간들은 때로 마로나를 배신하거나 떠나보낸다. 영화는 마로나의 눈을 통해 이기적인 어른의 세계, 힘든 노동자의 고독, 그리고 순수한 아이의 천진난만함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비춘다. 인간의 복잡한 감정은 마로나의 단순하고 조건 없는 사랑과 극명하게 대비되며 관객에게 진정한 사랑과 행복의 기준이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영화는 마로나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순간에서 시작하며, 그녀의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의 회상으로 전개된다. 이 역순행적 구조는 관객이 마로나의 매 순간의 기쁨과 슬픔, 주인을 향한 애정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마로나가 마지막 순간에 깨닫는 것은 자신의 삶이 비록 짧고 여러 번의 상실을 겪었을지라도, 그 모든 순간이 경이로웠다는 것이다. 그녀는 떠나면서도 자신이 사랑했던 이들에게 따뜻한 기억을 남긴다.
<환상의 마로나> 는 시각적으로나 서사적으로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용기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존재의 유한성 속에서도 조건 없는 사랑과 연결의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섬세하게 전달하며, 삶을 마무리하는 방식에 대한 사색을 유도한다. 마로나의 화려하고 슬픈 여정은 보는 이의 마음에 깊은 울림과 여운을 남길 것이다. 환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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