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이 이민 당국에 의해 체포된 사건과 관련해 “그만, 멍청한 짓을 멈추라(Stop it, Don’t be stupid)”고 말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제조업 재건을 위해서는 외국인 전문 노동력의 유입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포럼 연설에서 해당 단속 사태를 직접 언급하며 “우리는 그 문제를 해결했고, 이제 그들(한국인 노동자)은 우리 사람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 당국의 과도한 단속이 복잡한 제조업 공정의 정상 가동을 저해할 수 있다고 비판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애리조나주에서 대만 TSMC가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을 예로 들며 “수십억 달러를 들여 만든 매우 복잡한 공장을 미국 내 실업자들만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수천 명의 전문 인력을 외국에서 데려와야 하고, 나는 그들을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외국 전문 인력이 미국 노동자에게 기술을 전수한 뒤 일정 기간 후 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이 같은 발언은 그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가 지지층은 강경 이민정책을 트럼프 지지 이유로 꼽는 경우가 많아 외국인 노동자 유입 확대에 부정적이다. 이들은 외국인 노동자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주장하며 비자 확대 정책에도 반대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게 바로 마가”라고 강조하며 외국 전문 인력 수용이 미국 제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전략임을 재차 주장했다. 그는 “나는 보수 친구들을 사랑하고 마가를 사랑하지만, 공장을 지을 투자자들이 자신의 나라에서 숙련된 인력을 데려오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 지지율이 최근 내려갔지만 똑똑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올라갔다”고 덧붙여 지지층 내 논란을 의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외국 인력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핵심 지지층과의 간극을 좁히려는 정치적 메시지가 깔려 있어 향후 정책 방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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