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말이나 행동이 주제넘게, 또는 함부로 만만하게의 뜻을 나타내는 말.
이보다 적절한 말이 있을까. 경기도의회 운영위원회의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사퇴 요구를 총평하는 단어로 말이다.
20일 경기도의회 운영위원회 행정사무감사가 또다시 파행됐다. 전날 직원을 상대로 변태적 성행위를 일컫는 단어를 사용,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우식 운영위원장(국민의힘·비례) 주재의 행감을 도지사 비서실 및 보좌기관이 거부한 게 이유다.
김동연 지사의 사과와 새로 부임한 여성 비서실장이 사퇴할 때까지 행감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일말의 이해 여지가 없다. 감히 누가 누구의 사퇴를 입에 담나.
양 위원장 사태가 벌어진 건 지난 5월 말이다. 그로부터 무려 6개월이 지났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끝나고 혐의가 인정돼 재판에 넘겨지며 피고인 신분이 될 정도로 긴 시간이었다.
그동안 도의회는 침묵했다. 동료라는 이유로 공무원들 사이에서, 시민사회단체에서 빗발친 사퇴 요구를 못 들은 척 했다. 심지어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돼 있음에도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거나 이견이 있다는 이유로 회의 개최조차 하지 못한 채 방관했다.
권력형 범죄다. 위원장이라는 직위를 가진 자가 직원인 공무원에게 변태적 성행위를 일컫는 단어를 써가며 성희롱 발언을 해 모욕한 사건이다. 행감을 거부한 공직자들은 그의 상급자이자 동료다.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도 있는 이들이다.
경기도의회는 행감 거부가 도민을 경시하는 행위라 했다.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도 했다.
도청 공무원 익명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누가 사퇴를 해야 하나. 직원한테 쓰○○, 스○○하냐고 물어본 모 위원장, 그런 위원장한테 감사 못받겠다고 불출석한 모 비서실장.’
정말 사퇴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12명의 의원조차 한 자리에 모이지 못해 정족수 부족으로 윤리특위를 열지도 못한 도의회가 법적 의무를 논할 자격이 있나. 경기도민의 한 사람이기도 한 직원의 고통을 외면하고, 자신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 모욕한 위원장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활보하게 한 도의회는 도민을 존중한 것인가.
모든 일은 본질을 봐야 한다. ‘왜’를 잊은 채 결과만 봐서는 발전할 수 없다. 애당초 피고인 신분인 위원장이 의사봉을 잡는, 경기도의회 역사에 길이 남을 초유의 사태를 만들지 않았다면 없었을 일이다.
피고인 신분의 위원장 하나 사퇴시키지 못하는 도의회가 비서실장의 사퇴를 요구할 자격이 있나. 감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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