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전남 신안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대형 여객선 좌초 사고의 원인이 선장과 항해사의 운항 과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일 채수준 목포해양경찰서 서장 등 지휘부는 전남 목포해경 전용부두에서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배가 변침(방향 전환)을 뒤늦게 해 평소 항로를 벗어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용진 해양경찰청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좌초 이유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선장 또는 항해사 과실로 추정 중”이라고 말했다.
목포해경은 “대형 선박이 섬에 부딪히는 사고는 이례적이며 원인은 사고 직후부터 수사팀이 조사 중”이라며 “사고 발생 지점인 신안군 장산도 인근 해상은 연안 여객선들의 항로가 빼곡한 협수로에 속한다. 협수로에서 통상 선박은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해 운항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당시 항해 책임자는 수동 운항이 필요한 구간에서 자동항법장치에 선박 조종을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목포해경은 선체 조사를 시작해 좌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해경에 따르면 선체 내·외부를 촬영한 CCTV와 항해기록저장장치(VDR) 등을 확보해 사고 경위를 면밀히 분석하는 것과 함께, 선체의 운항 재개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안전 점검도 병행한다.
한편 사고 여객선인 퀸제누비아2호는 사고 발생 6시간 만인 이날 오전 2시35분께 암초를 벗어나, 5시40분께 자력으로 목포시 삼학부두에 입항했다. 선박에 실린 차량 하역 작업도 마무리됐다.
선사 씨월드고속훼리는 조사와 점검이 완료될 때까지 운항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이날 정기 운항편 결항을 공지했다.
이날 해경은 여객선의 1등 항해사 A씨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B씨를 중과실치상 혐의로 긴급 체포하고, 60대 선장 C씨도 협수로 진입 후 조타실 재실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입건했다.
해경에 따르면 A씨는 협수로 구간에서 수동 운항으로 전환해야 함에도 자동항법장치를 유지한 채 휴대전화를 보다가 변침 시기를 놓친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족도 인근 1600m 지점에서 방향을 틀어야 하지만 이미 항로를 이탈한 상태에서 불과 100m 앞두고서야 변침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A씨는 처음에는 조타기 결함을 주장했다가 이후 “휴대전화로 뉴스를 검색하느라 상황을 제때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디지털포렌식 등을 통해 이들 3명에 대한 과실 혐의 입증에 주력하는 한편, 최초 119 신고자가 승객이었던 점 등을 고려해 선사와 승무원의 초기 대응,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사고 예방 의무 이행 여부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종훈 씨월드고속훼리 대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사고로 불편을 겪으셨을 탑승객 여러분과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사고 직후 탑승객 안전 확보 및 긴급 이송 등 상황 수습을 신속히 진행했다”며 “현재 추가적인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필요한 지원 조치도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동 수사팀의 조사에도 성실히 임해 사고 경위를 명확히 밝히겠다”며 “또 재발 방지를 위해 선박 운항 전 과정에 대한 안전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일요시사>는 이날 ▲사고 당시 항로이탈 여부 ▲현재 선박 상태와 화물의 손상 정도 등을 묻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닿지 않았다.
앞서 전날 오후 8시17분께 전남 신안 장산도 인근 해상에서 대형 여객선이 좌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여객선은 승객 246명, 승무원 21명 등 총 267명을 태우고 당일 오후 4시45분 제주를 출발해 오후 9시에 목포항 도착을 앞두고 있었으나, 무인도인 족도에 충돌한 뒤 좌초됐다.
일부 승객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제주도에서 목포 가는 중인데 쾅 소리가 난 뒤 배가 기울었다” “뱃머리가 섬 위로 올라탄 것 같다” “승객은 구명조끼 착용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와 조끼 입고 맨 위에 올라와 있다” 등 사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렸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보고를 받은 뒤 “인명 피해가 없도록 신속히 사고 수습에 나서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구조 현황을 실시간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도 가용 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인명을 구조하라고 주문했다.
해경은 경비함정 16척, 연안 구조정 4척, 항공기 1대 등을 현장에 집중 배치해 여객선 후방 램프를 경비함정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승객 대피를 진행했다.
이 사고로 사망자나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좌초 충격으로 27명의 승객이 어지러움과 통증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채 서장은 사고 경위에 대해 “목포 VTS(Vessel Traffic Service, 해상교통관제)를 통해 신고를 접수받은 즉시 경비함정, 항공기, 서해 특수구조대 등을 동원해 구조에 총력을 기울였다”며 “그 결과 사고 3시간10분여 만인 오후 11시26분께 탑승자 전원을 구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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