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의 방어 논리를 폈다. 당초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불출석을 예고했으나 재판부가 구인영장을 집행하겠다고 경고하자 출석했다.
그는 계엄 선포 전 한 전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계엄에 반대입장을 냈다고 주장했다. 국무회의에서 논의가 이뤄졌으므로 불법 계엄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 민주당사와 여론조사꽃에 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안을 자신은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이날 증인으로 소환된 김 전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증언을 거부했다.
한편, 이날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이 소란을 일으키자 재판부는 감치를 선고 했다. 하지만, 서울구치소가 이들의 인적사항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수용을 거부해 석방됐다.
尹 "한덕수, 계엄선포 재고 요청…다른 국무위원도 반대"
"김용현, 여론조사 꽃·민주당사·언론에 군투입 주장…펄쩍 뒤며 잘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9일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증인 선서 후 "증언은 거부하겠다. 제 진술은 탄핵심판정 공판 조서와 중앙지법 공판 조서에 두꺼운 책 한 권 분량의 진술이 다 담겨 있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하지만 내란 특별검사팀의 주신문이 이어지자 증언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게 된 한 전 총리와 다른 참석자들은 뭐라고 이야기했느냐"는 특검팀 질문에 "당시 총리께서는 제 이야기를 듣고 재고를 요청하신 적이 있다. 반대하는 취지로 다시 생각해달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한 전 총리에게 '총리께서 보시는 것과 대통령 입장은 판단이 다르다. 난 이게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한 전 총리는 저를 설득했고, 저는 한 전 총리를 설득하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한 전 총리가 반대라고 명확히 말했느냐"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은 "반대라는 취지"라며 "반대라는 단어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반대 취지였다"고 답했다.
당시 다른 국무위원들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는 "각자 부처 입장에서 계엄이 자기들 부처 업무와 관련해 도움이 안 되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다 반대하는 취지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당시 한 전 총리와 국무위원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할 정도로 계엄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진 만큼 '계엄 선포를 위한 절차가 존재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불법 계엄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윤 전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계엄 당시 '여론조사 꽃'과 민주당사 등에 군 병력을 투입해선 안 된다고 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계엄 선포 후 김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 꽃, 민주당사, 언론사에 병력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선관위와 관련해 확인할 게 있다"고 말했고, 윤 전 대통령이 "민간기관이니까 안 된다. 군을 조금 투입하라고 했는데, 뭘 여기저기 보내느냐"고 반대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내가 펄쩍 뛰었다. 계엄을 해도 선관위 같은 곳은 계엄군이 갈 수 있지만, 민간기관에는 가면 안 된다고 했다"며 "내가 가지 말라고 딱 잘랐고, 김 전 장관이 지시해서 결국 가지 않고 출동한 사람은 전원 올스톱한 것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출동에 대해 증인이 허가한 부분은 없고 김 전 장관이 하려고 했다는 거냐"고 물었고, 윤 전 대통령은 "당연하다. 저에게 재가를 구한 건데 전 하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역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주장으로 해석된다.
이어 특검팀이 "당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전화해 빨리 오라고 한 건 한 전 총리가 합법적 외관을 갖추자고 건의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냐"고 묻자 "국무위원들이 외관을 갖추려고 온 인형도 아니고, 너무 의사가 반영된 질문 아니냐"고 답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 당일 한 전 총리에게 "대통령이 참석해야 하는 행사를 당분간 가줘야겠다"고 말한 적이 있느냐고도 질문했다.
윤 전 대통령의 주장대로 경고성이나 일시적 계엄이라면 이 같은 요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직전 11월에 페루와 브라질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과 G20(주요 20개국) 다자회의에 갔는데, 가서 보니 소위 포퓰리즘적 좌파 정부 정상들을 대거 초대해놨더라"라며 "다음부터는 총리님에게 가라고 하고 나는 중요한 외교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해 그런 이야기를 했을 수 있다"고 답했다.
계엄 당시 여당 원내대표였던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과의 통화에 대해서는 "거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이런 것 때문에 헌정질서, 국정이 마비가 됐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며 "사전 보안 때문에 미리 이야기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지시한 건 없느냐"고 묻는 데는 "제가 지시하고 그럴 상황은 아니다"고 답했다.
김용현·이상민, 증언 거부
이상민, 증인선서·증언 80여차례 거부…재판부 "이런적 처음"..형사재판 초유의 '증인선서' 거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모두 증언을 거부했다.
이상민 전 장관은 80여 차례나 증언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 전 장관은 형사재판 초유의 '증인선거'까지 거부했다.
이 전 장관은 "관련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선서를 거부할 수 있다. 저는 선서하지 않겠다"며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재판부가 선서 거부에 대해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하자 이 전 장관은 "그러시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결국 재판부는 이 전 장관에게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어진 주신문에서 이 전 장관은 내란 특별검사팀의 질문 대부분에 답을 거부했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당일 일정을 묻자 "일일이 기억하기 어렵다"며 "워낙 바쁜 날이었다. 일정도 많았고, 기억도 안 나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당일 오전 국무회의 후 김 전 장관과 이야기하던 중 '오늘 오후 9시쯤 들어오라'고 했는데, 왜 들어오라고 했느냐"고 묻자, "그건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재판 말미 재판부는 "(증인이) 재판받고 있는데, 저희 재판 과정에서 폐쇄회로(CCTV) 등 정황을 봤을 때 깊이 관여된 것으로 보인다. 그걸 고려해 증언 거부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재판 하면서 선서 거부는 처음 봤다. 사유가 없어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하자, 이 전 장관은 "즉시 이의제기한다는 것을 (공판)조서에 남겨달라"고 답했다.
이날 오후에는 김 전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전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재판부가 구인영장 집행을 예고하자 의사를 번복해 법정에 나왔다.
김 전 장관은 증인 선서를 하기 전 "현재 진행 중인 본인의 형사 재판과 관련돼 있어 증언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계엄 당시 각 부처에 교부할 지시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있느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시사항 문건에 MBC, JTBC 등 언론사 6곳의 단전·단수 지시가 있었던 게 사실이냐", "처음에 (국무회의에) 소집한 피고인(한 전 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 전 장관,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조태용 전 국정원장 등 6명을 정한 건 누구냐" 등의 질문에 모두 답하지 않았다.
이진관 재판부, 김용현측 변호인 두명 감치 15일 결정…인적사항 거부에 집행 불능으로 석방
이날 이진관 재판부는 법정 질서를 위반했다며 김 전 장관 변호인들에게 감치를 선고했다.
증인으로 소환된 김 전 장관은 '신뢰관계인 동석권'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동석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전 장관 측 이하상 변호사와 권우현 변호사는 방청석을 떠나지 않았고 발언까지 시도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누구시냐. 왜 오신 거냐. 이 법정은 방청권이 있어야 볼 수 있다. 퇴정하라"고 명했다.
이 변호사는 "퇴정하라는 거냐"고 반문했고, 재판부는 "감치하겠다. 나가시라"고 재차 경고했다.
이 변호사가 퇴정하지 않자 재판부는 "감치하겠다. 구금 장소에 유치하겠다"고 했고, 이 변호사는 "직권남용"이라고 항의하며 끌려 나갔다. 권 변호사 역시 "이렇게 하는 게 대한민국 사법부냐"며 항의하다 퇴정당했다.
이후 재판부는 이 변호사와 권 변호사에 대한 별도의 감치 재판을 열어 이들에게 감치 15일을 선고했다.
앞서 재판부는 이날 오전 "재판부에는 질서 유지 의무가 있다. 위반 행위가 있을 시 1차 경고, 2차 퇴정, 3차 감치를 위한 구속을 하겠다"며 법정 내 소란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두 변호사는 이날 일과시간 이후에 감치 장소인 서울구치소가 이들의 인적사항을 답하지 않아 수용을 거부해 집행명령이 정지됐다.
법원에 따르면 이들 변호사는 감치재판에서 인적사항을 묻는 재판장 질의에 진술을 거부했고, 재판장은 통상의 방법에 따라 확인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들의 이름과 직업, 용모 등을 감치재판서에 기재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용현 변호사들은 서울구치소가 인적사항에 대한 질문에 끝까지 답하지 않아 결국 집행은 불발됐다.
이후 서울구치소가 이들의 인적사항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수용을 거부했고, 이에 재판부는 집행이 곤란하다고 판단해 감치재판 관련 집행명령을 정지하고 석방을 명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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