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충형 포항공대(포스텍) 철학과 교수는 전날(19일) 한 수험생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수능 국어 시험에 칸트 관련 문제가 나왔다고 하기에 풀어 보았는데 17번 문항에 답이 없어 보였다”고 주장했다.
교육계가 이번 시험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 지목한 국어 17번은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인격 동일성’에 대한 견해를 설명한 지문을 바탕으로 출제됐다.
문제는 두뇌 의식을 스캔해 프로그램으로 재현한 존재가 원래의 ‘나’와 동일한 인격이 될 수 없다는 ‘갑’의 주장을 제시한 뒤, 이를 이해한 반응을 고르는 방식이었다.
평가원이 공개한 정답은 3번으로, ‘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에 의하면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은 옳지 않겠군’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갑의 입장은 옳기에 3번이 정답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지문에는 ‘칸트 이전까지 인격의 동일성을 설명하는 유력한 견해는 ‘생각하는 나’인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시간의 흐름 속에 지속한다는 것이었다’는 문장이 나온다.
그런데 스캔 프로그램으로 의식이 재현되면 ‘단일한 주관’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기에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은 옳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의식을 스캔해 프로그램으로 재현하면, 본래의 나와 재현된 의식 둘 다 존재하게 된다”며 “이 경우 ‘생각하는 나’는 지속하지만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지속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혼이 단일한 주관으로서 지속하지 않을 경우, 인격의 동일성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믿는 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에 의하면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이 옳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개체 a와 b 그리고 속성 C에 대해 ‘a=b이고 a가 C면, b도 C다’를 통해 풀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할 수 있지만, 얼핏 당연해 보이는 이 풀이는 실제로는 잘못된 풀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독해·논리 유명 강사인 이해황 메가로스쿨 강사도 이 교수와 같은 견해를 유튜브 영상을 통해 밝혔다.
이 강사는 “이 교수님이 주장을 메일로 보내주셨고, 면밀히 검토한 결과 저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한편, 이충형 교수는 국어 17번 문항과 연결되는 ‘수적 동일성’ 개념을 바탕으로, 수정란과 초기 배아의 지위를 다룬 논문을 발표해 철학자 연감(The Philosopher’s Annual)의 ‘2022년 최고의 철학 논문 10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평가원 측은 심사를 거쳐 오는 25일 오후 5시 정답 확정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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