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앞 고층 재개발 논란에 입장 발표…"현재 상황 엄중하게 주시"
"세계유산영향평가, 보호-개발 균형점 도출 절차…조속히 이행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서울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宗廟) 맞은편에 고층 건물 재개발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문화유산위원회가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행동"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8개 분과 위원장은 20일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최근 종묘 앞 세운4구역에서 이뤄지는 개발 계획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유산위원회는 국가유산청의 비상근 자문기구다.
국보, 보물과 같은 국가유산 지정과 해제, 보호구역 지정·해제, 역사문화환경 보호 등 문화유산의 보존·관리, 활용에 관한 사항을 조사하고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분과 위원장단은 매장유산분과를 이끄는 강봉원 위원장과 전봉희 부위원장(건축문화유산분과위원장), 이승용 부위원장(사적분과위원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는 세운 4구역 논의는 오랜 시간을 거쳐 합의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총 15차례 심의 절차를 거쳐 지난 2018년 세운 4구역에 올릴 수 있는 건물 최고 높이를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로 협의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최근 건물 최고 높이를 101∼145m로 변경하는 내용을 고시했다.
다만 시는 종묘 경계에서 100m 내 건물은 최고 높이가 27도 각도 안에 들어와야 한다는 앙각 규정을 확대 적용해 종로변은 98.7m, 청계천변은 141.9m로 높이를 계획한 상황이다.
위원회는 "수년간의 심의와 협의, 재검토를 거쳐 관계자 모두가 합의한 대안을 도출했다. 이는 보존과 개발이 양립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조정의 결과이자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그러나 최근 서울시는 기존의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고도 상향을 추진하고 있다"며 "개발 이익에 편향된 자극적 계획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서울시를 향해 "오랫동안 노력해 힘들게 이룬 균형을 일거에 무너트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종묘의 가치를 온전히 보존하는 것은 국제적 약속이며 책무"라며 서울시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이행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위원회는 평가가 개발을 금지하는 제도가 아니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들은 "유산영향평가는 개발을 일방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유산의 보호와 개발 사이의 균형점을 도출하는 국제적 시스템이자 절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지난 합의를 무시하고 새로운 개발안을 계획한다면 유네스코가 권고한 유산영향평가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자 "최소한의 절차"라고 역설했다.
위원회는 "이번 사안이 단순히 정치적 대결이나, 개발 이익을 둘러싼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 구도로 소모되는 것을 경계한다"며 최선의 대안을 찾자고 제언했다.
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사당으로 1995년 12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더불어 한국의 첫 세계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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