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그린 전환’ 생존 전략… 사람 중심 재설계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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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그린 전환’ 생존 전략… 사람 중심 재설계가 답

뉴스로드 2025-11-20 07:26: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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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WEF
사진=WEF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기업들에게 최종적으로 강조한 것은 예상보다 단순했다. 기후정책은 ‘정책’이 아니라 ‘경제 전략’이며, 이 전략이 산업·고용·소비자 부담과 충돌하는 순간 정치적 지속 가능성을 잃는다는 점이다. WEF는 “기후 행동의 성공 조건은 사회경제적 맥락을 중심에 두는 것”이라며, 사람·일자리·비용 부담을 외면한 전환은 실패한다고 지적한다.

이 메시지는 한국 기업들에게 실질적 경고다. 제조업 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다소비 산업 비중이 큰 한국은 그린 전환의 비용·속도·고용 충격이 모두 직접적으로 기업 손익과 경쟁력에 반영된다. 특히 조선·자동차·배터리·철강·반도체 같은 핵심 산업은 글로벌 탈탄소 규범의 최전선에 서 있다.

IMO(국제해사기구)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선박 수주 경쟁력은 한국 조선업의 최대 무기가 됐다. 다만 WEF 보고서가 강조하듯, 전환 과정은 고용·지역경제·기술 투자의 균형이 맞아야 지속 가능하다. 한국 조선업은 친환경 연료 전환, 배터리·연료전지 탑재, 고효율 추진체 연구개발 등에서 대규모 CAPEX가 필수지만, 지역별 숙련 인력 부족과 원가 부담이 산업 전반의 리스크로 남아 있다.

HMM·장금상선·고려해운 등 국내 선사들은 탄소 집약도 관리 의무가 본격화되면서 노선 리디자인, 연료 믹스 전환, 선박 교체 주기 단축이 경쟁력의 핵심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비용 증가를 얼마나 운임·효율로 상쇄하느냐가 수익 구조를 결정한다.

WEF는 “기업의 기후 전략은 장기 사업계획의 중심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자동차·배터리 기업에 그대로 적용되는 문장이다.

전기차 시장 둔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IRA 등 정책 충격이 겹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전환 전략은 단순한 ESG 차원이 아니라 수익성·현금흐름·시장 점유율을 좌우하는 핵심 경영 전략이 됐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는 제조 공정의 탈탄소, 원료 조달의 ESG 리스크, 고객사의 Scope 3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공정 최적화와 에너지 믹스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기아도 전기차 라인업 재정비뿐 아니라 생산단계 탄소배출 감축을 본격화하며 시장 신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한다.

한국 산업 중 가장 직접적으로 비용 부담을 받는 분야는 철강·정유·화학이다. 이들 산업은 EU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미국 탄소 관세 논의, 글로벌 고객사의 공급망 ESG 요건 강화로 인해 탄소가 곧 경쟁력이 되는 구조에 들어섰다.

WEF는 전환 과정에서 “산업 고용 감소와 지역경제 충격에 대한 대비 없이는 정책 수용성이 흔들린다”고 경고한다. 이는 전통 제조업 비중이 높고 지역경제와 밀착된 한국 산업 구조와 직결된다.

포스코·현대제철·한화토탈·LG화학 등은 수소환원제철,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고효율 공정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기술 상용화 속도와 비용 부담이 장기 경쟁력의 분수령이 되고 있다.

WEF는 글로벌 기업의 기후 전략이 “신흥시장 개척과 장기 시장 선점의 기회가 된다”고 평가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전력 집약도가 가장 높은 산업군 중 하나로, RE100 이행 여부와 에너지 효율 개선이 투자·고객·정책 결정에 중대한 변수가 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시대의 전력 부담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구조에서 초저전력 공정, 친환경 팹 구축, 에너지 믹스 다양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글로벌 고객사들은 ESG 요건을 공급망 계약 조건으로 넣고 있어, 전환 대응력 자체가 수익의 전제조건이다.

WEF는 기업의 기후 행동을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투자·혁신·일자리 창출의 기회”라고 규정했다. 단순히 규제 대응 차원을 넘어, 전환의 속도와 방향을 선도하는 기업이 향후 산업 경쟁력을 사실상 독식하게 된다는 메시지다. 한국 기업에 그대로 대입하면 다음 네 가지 축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첫째, 전환 비용의 투명한 관리다. 조선·자동차·철강·반도체 등 대부분의 국내 주력산업은 향후 10년간 대규모 설비 전환과 공정 혁신을 피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제품 원가, 투자 재원, 고용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정교하게 모델링해야 한다. WEF는 이를 ‘충격 최소화 전략’으로 정의하며, 시장·규제 변화가 반복되는 구간일수록 각 기업의 원가 구조 투명성이 투자자 신뢰를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둘째, 전환 기술에 대한 선제 투자가 필요하다. 조선업은 메탄올·암모니아·LNG 등 다연료 엔진을 포함한 친환경 추진체 역량이 수주 경쟁을 가른다. 자동차 업계는 EV 전환과 배터리 내재화 속도를 높여야 하고, 철강은 수소환원제철로의 이행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 반도체는 RE100을 충족하지 못하면 글로벌 팹 투자와 공급망 재편에서 밀릴 수 있다. 산업별 기술 로드맵의 ‘업그레이드’가 전제로 깔린다.

셋째, 지역·고용·협력사 보호 전략이 기업 지속가능성의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WEF는 전환 속도가 빨라질수록 숙련 인력 공백과 협력사 붕괴가 기업 자체의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을 경고한다. 조선·철강처럼 지역경제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전환 과정에서 도급·하청 생태계가 무너지면 주력 공정조차 멈출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최근 ‘지역 동반성장’과 ‘공급망 강화’를 잇달아 내세우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넷째, 글로벌 규제와 시장 변화에 선제 대응하는 내부 전략 체계화가 요구된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규제 등 규제 드라이브는 더 이상 비용 항목에 머무르지 않는다. 규제가 시장의 방향을 결정하고, 시장이 다시 기업의 투자 우선순위를 뒤흔드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결국 ‘규제→비용’이 아니라 ‘규제→기회’라는 프레임 전환이 한국 기업 생존 전략의 분기점으로 자리 잡는다.

WEF가 제시한 메시지는 단순하다. 한국 기업은 기후 전환을 미래 비용으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성장 모멘텀으로 활용할 준비가 돼 있는가. 지금의 선택이 향후 10년 한국 산업 경쟁력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WEF의 핵심은 명확하다. 그린 전환은 사람·경제·고용이라는 구조적 맥락을 정확히 읽을 때 비로소 기업의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 산업은 국가 경쟁력의 대부분을 제조업이 차지한다. 따라서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기업 생존의 문제이며,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정밀 전략이 필요하다.

친환경이 ‘비용’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조건’이 되는 시대. 한국 기업의 승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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