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회사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미국 행정부나 의회를 대상으로 로비를 하는데 가장 효과적 방법은 이슈를 미국 국내화하는 것입니다. 미국 사람들은 외국에 관심이 없어요."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대형 로펌 넬슨멀린스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신우진 파트너변호사는 19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넬슨멀린스 사무실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이같이 조언했다.
신 변호사는 "어떤 이슈를 갖고 왔을 때 의원들이 '이게 다음 선거에 나한테 도움이 되는가'를 생각할 때, (그것이)별로 관심이 없는 이슈일 수도 있다. 아니면 오히려 저 회사를 도와줬을 때 다음 선거에 불리하게 되는 이슈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한국 기업들은,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왜 이게 국내적으로 중요하고, 나아가 왜 이것을 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당신의 정치 경력에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그런 전략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적극 추구하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우리 경제와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로비활동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는데, 미 정치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미국 국내정치와 선거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조언이다.
신 변호사는 "비효율적 전략은 도움이 안 되는 얘기다. 예를 들어 우방이다, 혈맹이다 그것은 듣기는 좋지만 실질적으로 효과를 내기는 약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에 다행인 것은 지금까지 미국에서 기업활동을 많이 하고 있고, 정말 많이 구슬을 뿌려놨다"며 "이 구슬을 어떻게 꿰느냐는 다른 문제지만, 국내화할 수 있는 소재 자체가 많다. 더 국내화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고객들의 놓여있는 구슬을 꿰어 미 정치권을 설득하는 것은 로비스트의 역할이다. 다만 로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업들도 이러한 구조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신 변호사는 "가사도우미 분들을 쓰더라도 집안일을 잘 할줄 알아야 그분들을 100%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특징으로는 '톱다운 방식'과 '거래주의'를 꼽았다.
신 변호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그 이전의 어떤 정부와 비교해도 톱다운 방식이 강해졌다. 다른 것은 트랜스액션(transaction)해졌다는 것인데, 외교적이거나 정책적인 협상보다 주고받는 형식의 협상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전통적으로 로비라고 하면 대상이 의회와 의원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2기 때는 행정부를 대상으로 한 로비가 중요해졌다"면서 "각 부처에 대한 로비도 있지만 코어(핵심) 그룹에 대한 로비가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한국과는 다른 미국과 워싱턴의 문법을 한국 기업들이 잘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언도 건넸다.
그는 "한국 기업과 정부가 좋아하는 미국 로비스트는 한국형으로 전관"이라며 "전관이 영향력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워싱턴에서 정말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는 로비스트들 중에는 정부 경력이 없는 경우가 아주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기업들과 워싱턴에서 로비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미국의 로비가 한국에서의 대관업무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고, 왜 한국식이 미국에서 효과적이지 않은지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이라며 "미국에 있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는 로비스트를 한 단어로 표현해달란 말엔 "언로(言路)"라며 의사 결정권자들에 그 시장이나 이슈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것이 정책에 어떤 식으로 반영돼야 된다는 언론을 전달하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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