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錄조조] 소설 연재 안내
본 소설은 현 정세의 사건들을 조조, 손권 등의 인물과 탁류파, 청류파 등의 가상 정치 세력으로 치환하여 재구성한 팩션(Faction)물입니다.
서라, 짐짓 '대의를 앞세우나' 실은 사사로운 이익과 권력을 좇는 자들을 탁류파(濁流派)라 칭하고, 그 반대편에서 '청명한 정치를 부르짖으나' 실은 권문세족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들을 청류파(淸流派)라 부르노라. 현재 탁류파는 여당인 민주당, 청류파는 야당인 국민의힘이니라. 조조(曹操)는 탁류파의 우두머리이자 대선을 통하여 대권을 잡은 당대 제일의 웅걸 명재이였다. 조조의 대적이자 청류파가 밀던 인물은 곧 강동의 호랑이라 불리던 손권(孫權, 열석윤 전 대통령)이었다.
대분열의 시대(大分裂之時代), 한(韓)의 정치는 탁류파(濁流派)와 청류파(淸流派)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혼란을 거듭하였다. 청류파가 지지하던 전 국장(國丈) 손권(孫權, 열석윤 전 대통령)이 물러난 후, 중원(中原)의 패자 조조(曹操, 명재이 대통령)는 안으로는 탁류파의 거친 지지를 받으며, 밖으로는 멀리 서양(西洋)의 강대한 제국과의 외교전이라는 험난한 파도를 헤쳐나가고 있었다.
이때 한미 간에 금은보화(金銀寶貨), 즉 외화(外貨)를 바치는 규모와 조건에 대한 중대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서양 제국은 한의 막대한 국부(國富)를 그들의 국고(國庫)로 쏟아붓기를 요구하였는데, 그 규모가 무려 삼천오백억 금(金)에 달하였다.
낭떠러지에서의 첫 대면과 을사늑약의 비수
협상의 전 과정을 지켜본 조조의 최측근, 정책 실장 김공(金功, 범용김 정책실장)이 회고하기를, “지난 8월, 서양의 수도 워싱턴에서의 첫 정상회담은 협상 결렬로 인해 무산될 뻔한 위기에 처했었나이다.”
당시 서양이 보내온 협정문은 그야말로 오만불손(傲慢不遜)하기 그지없었다. 김공은 “문서가 완벽하게 서양의 입장에서 쓰였으며, ‘조건을 이행치 못하면 즉시 몰수(沒取)한다’는 등의 표현이 지나치게 강경하여, 당시 조정의 일부 대신들은 구한말의 치욕적인 을사늑약(乙巳勒約)을 떠올리며 비분강개(悲憤慷慨)하였나이다.”
모두가 숨죽이고 후퇴를 논할 때, 조조는 천하의 기상(氣像)을 보이며 결연한 태도로 협상단을 독려하였다.
조조가 말하였다.
“저들이 칼을 들이민다고 우리가 고개를 숙인다면, 어찌 천하의 대업을 논하겠는가? 외교란 곧 전쟁이니,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릴 용기를 가진 자가 결국 승리하는 법이다. 한 치도 물러서지 말고, 오직 국익(國益)에 최선이 되는 안(案)만을 취하라!”
조조의 이 말은 위기 속에서 협상단을 지탱하는 불굴의 기개가 되었고, 조조의 통찰력과 담대함이 아니었다면 협상은 이미 그 시점에서 파국을 맞이했을 것이라 후세는 평하였다.(물론 조조의 최측근 간신들이 전하는 말이라 조조를 추켜 세우고 과장되고 포장된 말임은 어쩔 수 없으나 그래도 최소한의 팩트는 있을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
이백억 상한의 철학: 선의에 기대지 않는 패자의 결단
가장 치열했던 쟁점은 해마다 서양에 바쳐야 하는 금은보화의 연간 상한액이었다.
김공과 산업통상부 장관 김정(金正, 관정김 장관)은 수차례 서양을 왕래하며 이견을 좁혔고, 마침내 서양 측으로부터 "이 정도면 실질적으로 연간 이백억 금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모호하지만 일종의 구두적 보장과 같은 표현을 얻어내기에 이르렀다 .
김정이 “거의 타결된 것 같사옵니다”라고 보고하자, 조조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를 단호히 물리쳤다.
조조가 김정을 꾸짖었다.
“외교란 일국의 명운을 걸고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니, 어찌 서양 제국의 선의(善意)라는 허상에 기반하여 일을 결정할 수 있겠는가? 말의 표현이나 짐작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깔끔하고 명확한 이백억 금의 상한선을 협정문에 새겨 넣지 못한다면, 나는 결단코 이 합의를 수용하지 않겠다!”
조조의 판단은 명료했다.
미래의 서양 통치자가 상황의 변화를 핑계로 갑자기 더 많은 금은보화를 요구할 위험을 제도적으로 차단해야만, 한의 외환 시장이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선의’라는 나약한 믿음 대신, ‘법적 구속력’이라는 강철의 보장을 요구한 조조의 집념이야말로 주권(主權)을 지키는 외교의 본령이었다.
경주의 새벽, 최후의 묘수와 극적 타결은 조조의 벼랑끝 전술
이처럼 조조가 마지막까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자, 협상은 경주(慶州)에서 열린 정상회담 당일 아침까지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태에 빠져 있었다.
날이 밝았으나, 합의는커녕 파국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그때, 김정 장관은 서양 상무부의 사절 하룻(하워드 러트닉)에게 한 통의 서신을 보냈다. 서신에는 “그동안 많은 대화를 나누었으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축제는 축제대로 잘 치르고, 남은 협상은 기약을 미뤄 계속 이어가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는 김정의 마지막 묘수였다. 협상 결렬을 불사하고 여유를 보이는 한의 태도에, 오히려 서양 사절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에 사절 하룻이 즉시 답신을 보내기를, “만약 이백억 금을 확정한다면, 한의 입장에서는 더 구할 것이 없는 충분한 결과라 보겠는가?”라고 역으로 물어왔다.
이 질문 하나가 막힌 물꼬를 틔웠다.
김정과 김공은 조조에게 이를 보고했고, 조조는 즉시 “가(可)하다!”라고 재가를 내렸다. 불과 두 잔의 차를 마실 시간(30분~1시간) 안에, 양국의 협상 패키지가 완성되었다. 조조의 ‘벼랑 끝 전술’이 마침내 서양의 최종 양보를 이끌어낸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승리의 쓴맛: 배분 비율 1:9의 아쉬움
협상은 대승으로 끝났으나, 조조와 김공의 가슴속에는 깊은 아쉬움이 남았다.
김공이 탄식하며 말했다.
“승리 직전에 우리가 내세웠던 또 다른 조건, 즉 투자 수익 배분 비율을 5대 5로 가져오려던 목표는 결국 얻지 못하였나이다 .”
결국 한이 서양에 투자한 막대한 금은보화의 수익은 원금 상환 후에는 한이 1할, 서양이 9할을 가져가는 불리한 조건으로 결정되었다. 이는 한이 외교적 승리(관세 방어, 연간 상한액 확보)를 위해 지불해야 했던 막대한 동맹 비용이었으며, 조조의 깊은 뜻을 아는 측근들은 겉으로 웃을 수 없는 비통함을 느꼈다.
정치의 영역: 원자력 잠수함의 비화
한편 안보 분야에서는 조조의 통찰력이 또다시 빛을 발하였다. 한이 숙원하던 핵(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서양이 돕기로 한 배경에는 흥미로운 비화가 있었다.
이 문제는 이미 지난 8월 정상회담에서 거의 논의가 되었던 사안이었으나, 서양의 통치자는 조조가 요구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으로 오해하는 실수를 범하였다. 이에 조조가 더욱 “더 명확히 하자는 의미”로 공개적인 요청을 하였고, 이는 서양 통치자로 하여금 오해를 풀고 신속하게 승인을 내리도록 만드는 촉매가 되었다. 실무진이 오랜 기간 논의했던 내용이 조조의 간결하고 명확한 정치적 행동으로 인해 삽시간에 결론이 난 것이다.
김공의 소감과 탁류파의 통찰
협상 과정 내내 조조의 단호함과 식훈강 비서실장의 보좌를 지켜본 김공은 깊은 감회를 토로하였다.
김공이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소신은 오랫동안 행정가(行政家)의 일에만 몰두하였으나, 이번 일을 겪으며 비로소 깨달았나이다. 행정가의 영역으로는 도저히 대체할 수 없는, 종합적인 판단력과 담대함이라는 정치인(政治人)만의 영역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조조 대왕과 강 비서실장의 결단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끝내 서양의 선의에 끌려다니는 나약한 소국으로 전락했을 것이옵니다. 이는 높은 곳에서 역사와 대화하는 정치(政治)의 긍정적 역할을 몸소 깨닫게 해준 사건이었나이다.”
비록 탁류파(濁流派)의 거센 흐름 속에서 조조가 천하를 호령하고 있지만, 그의 이 같은 주권 수호 의지와 결단력은 청류파(淸流派)마저 쉽사리 비판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다만, 김공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역사의 한 고비를 넘긴 것은 사실이오나, 앞으로도 굽이굽이(曲折) 넘어야 할 난관들이 많을 것입니다. 지금 개운한 마음보다는,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져야 할 때입니다.”
이리하여 조조는 서양과의 외교전에서 승리하였으나, 그 대가는 막대하였고, 중원의 패자는 이미 다음 난관을 예견하고 있었다. 이야말로 명분에 기대지 않고 실리(實利)를 취하려 한 조조의 지략이 담긴 ‘실록 조조(實錄조조)’의 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아쉬운 점은 이런 내용이 사관의 쓴 것이 아닌 조조의 최측근 간신들의 전언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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