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뷰티업계가 본격적으로 ‘즉시배송’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패션·생활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확산해 온 당일·익일 배송 구조가 화장품 시장까지 빠르게 번지며 배송 속도가 유통 채널의 기본 경쟁력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뷰티 시장 내 배송 경쟁이 심화되며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리브영 ‘오늘드림’ 확산의 꾸준한 성과가 시장 변화의 신호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오늘드림 연간 주문 건수는 지난 2022년 589만건에서 지난해 1499만건으로 급증했으며, 서비스 이용률도 34.5%에서 48%로 확대됐다.
‘수시간 내 도착’ 서비스를 고도화한 오늘드림이 소비자 기대치를 끌어올려 오프라인 재고 기반 배송 모델이 유통업계의 전략으로 부상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 속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뷰티 편집숍 시코르도 즉시배송 경쟁에 합류했다. 시코르 강남점은 지난달 17일부터 쿠팡이츠를 통한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강남역 일대가 퀵커머스 이용률이 특히 높은 상권이라는 점을 고려해 시행 점포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시코르는 백화점 브랜드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기존 즉시배송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중 브랜드 중심의 배송이 ‘빠르고 편한 구매’를 강조했다면 시코르는 프리미엄 브랜드 접근성을 높인 ‘고급 카테고리 즉시배송’이라는 성격을 갖는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강점을 가진 업체들이 속도 경쟁까지 붙이면 프리미엄 고객층을 향한 경쟁 구도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코르의 움직임은 단순한 배송 옵션이 아니라 프리미엄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경쟁 구조 변화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오프라인 매장이 즉시배송을 확대하면서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뷰티로 카테고리를 확장한 플랫폼들은 검색 편의성·리뷰·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지만 오프라인 매장망을 갖춘 유통사가 속도 경쟁을 본격화할 경우 플랫폼의 강점이 일정 부분 상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전국 주요 거점에 위치한 만큼 재고 접근성이 높아 소비자가 체감하는 배송 속도를 크게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체인점이 즉시배송에 뛰어들기 시작하면 온라인 플랫폼이 가진 속도 우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쟁 구도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시배송이 뷰티 시장에서 영향을 미치는 배경에는 제품의 소비 특성이 자리한다. 화장품은 재구매 성향이 높고 대체재 전환이 쉽지 않은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빠른 배송의 유효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급하게 필요할 때 기존에 쓰던 제품을 빠르게 받아보려는 수요가 높은 만큼 오프라인 재고 기반 즉시배송은 소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적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금 바로 써보고 싶은’ 즉시성 구매 패턴, 잦은 신제품 출시, 빠른 트렌드 변화가 더해지면서 결제와 사용 사이의 간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도 구매 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큰 용량보다 가격 부담을 낮춘 소용량·가성비 제품 선호가 확대된 점도 즉시배송 서비스와의 적합성을 한층 높이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속도 경쟁에는 대형 오프라인 업체도 뛰어든 상황이다. 다이소 역시 현재 서울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당일배송 서비스인 ‘오늘배송’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이는 오프라인 대형 매장까지 속도 경쟁에 가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이소도 뷰티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 접점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프라인 채널이 잇따라 속도 경쟁에 가세하면서 뷰티 유통의 소비 지형도 변화하는 양상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겸임 교수는 “뷰티 제품 특성상 소비자들이 평소 사용하던 제품을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급하게 필요할 때가 많은 카테고리이기 때문에 즉시배송은 브랜드 충성 고객을 붙잡고 온라인으로 이동한 수요를 다시 끌어올 수 있는 유의미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성비 소비가 강화된 최근 시장 환경에서 빠르게 받아볼 수 있는 편의성의 영향력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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