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알게 된 조합장의 비위를 고발하는 과정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지역농협 전직 임원이 두 차례 파기환송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당한 공익적 목적이 인정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2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종석 부장판사)는 19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파기 재환송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전남 모 농협조합 임원으로 근무하다 퇴사한 A씨는 2014년 8월 조합장 B씨를 경찰에 고발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알게 된 B씨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A씨는 B씨가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수박 등을 나눠주고 조합 명의로 내야 할 축의·부의·화환 제공을 개인 명의로 하는 등 농업협동조합법을 위반했다며 고발했다.
A씨는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폐쇄회로(CC)TV 영상자료와 꽃배달내역서, 무통장입금의뢰서 등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를 증거로 첨부했다.
A씨의 고발로 B씨는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A씨 역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개인정보가 필요한 자료들을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은 B씨의 비위를 고발하기 위한 것인만큼 형법 20조에 따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 측의 혐의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개인정보 누설에는 고소·고발에 수반해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022년 11월 열린 대법원 첫 상고심에서는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행위도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누설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후 1차 파기환송심은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환송 전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올해 7월18일 다시 열린 재상고심에서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 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을 위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자료는 고발한 범죄혐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료이므로 피고인이 고발하게 된 개인적 동기와 무관하게 고발 행위에 포함된 공익적 측면을 부정할 수 없다.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정보 등이 포함돼 있지도 않다"고 봤다.
수사기관이 포함된 개인정보를 수사 이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위험성도 크지 않다면서 다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두번째 파기환송심 심리를 맡은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따라 '공익적 목적'에서의 개인정보 유출임을 인정해 A씨에게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재판은 당초 A씨가 약식명령에 불복, 2017년 3월 소송을 제기하면서 열린 지 8년8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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