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해외투자가 급증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이 사상 최대치를 다시 썼다. 3분기 해외증권투자가 분기 기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이에 따라 순대외금융자산도 다시 확대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5년 3분기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은 2조 7,976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분기(2조 6,818억달러) 대비 1,158억달러 증가한 규모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 기록이다.
3분기 증가분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 것은 해외증권투자였다. 한국인의 해외증권투자 잔액은 3개월 새 890억달러 늘어 역대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미국 기술주 중심의 주가 상승과 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되면서 해외주식투자만 814억달러 확대됐고, 해외채권투자도 76억달러 늘었다. 2차전지 등 제조업 중심의 해외직접투자 역시 87억달러 증가했다.
대외금융부채도 같은 기간 900억달러 늘어난 1조 7,414억달러로 집계됐다. 직접투자는 지분투자 감소(-67억달러)의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37억달러 줄었지만, 국내 주가 강세와 외국인의 순매수세로 증권부채가 885억달러 증가했다.
대외자산 증가폭이 부채 증가폭을 웃돌면서 순대외금융자산은 1조 562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1조 304억달러) 대비 258억달러 늘어난 수치로, 3개 분기 만의 반등이다.
3분기 국내·외 증시 분위기는 순대외자산 확대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지수는 11.2% 급등했고, 코스피도 11.5% 상승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오르며 원화 가치가 3.3% 약세를 보인 점은 해외자산 평가액을 늘리는 요인이 됐다.
반면 한국은행은 4분기에는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임인혁 한은 경제통계1국 국외투자동계팀장은 "11월 들어 미국과 국내 주식시장에서 조정이 나타났다"며 "엔비디아 실적 발표 결과에 따라 해외주식 순매수 흐름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외금융자산과는 별도로 집계하는 순대외채권(대외채권-대외채무)도 3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우리나라의 3분기 말 순대외채권은 3,818억달러로, 전분기 말(3,572억달러) 대비 246억달러 늘었다. 증가 폭은 역대 두 번째로 컸다.
대외채권은 1조 1,199억달러로 271억달러 증가했다. ▲일반정부(+9억달러) ▲중앙은행(+118억달러) ▲예금취급기관(+38억달러) ▲부채성증권(+70억달러) 등이 고르게 증가했다.
대외채무는 7,381억달러로 25억달러 늘어났다. 단기 채무는 예금취급기관 차입금 감소로 54억달러 줄었지만, 장기 채무는 기타부문의 채무성 직접투자가 확대되며 79억달러 증가했다.
일반정부의 대외채무는 차익거래 유인 감소와 원화 약세의 영향으로 32억달러 줄어든 1,996억달러를 기록했다. 중앙은행(-12억달러), 예금취급기관(-21억달러)도 감소했고, 기타부문은 90억달러 증가했다.
외채 건전성을 나타내는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38.3%로 전분기 대비 2.4%포인트 하락했다. 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21.9%로 0.9%포인트 줄었다.
이번 통계는 해외증권투자의 급증으로 대외자산이 확대되는 한편,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매수 증가로 금융부채 역시 동시에 늘어나는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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