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남다르다. 우리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본격 착수하면서 임 회장의 연임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의 이력, 직전 임기 기간 동안의 경영적 성과, 인적 네트워크 등도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임 회장의 인적 네트워크에 유독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규제 산업이자 공공재로 인식되는 금융그룹 특성상 인적 네트워크 활용 능력이 경영 성과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MB·박근혜 시절 경제 브레인들과 긴밀한 인연, 지금도 요직 곳곳에 임종룡 인맥 포진
임 회장은 박병원 전 우리금융 회장 이후 16년 만에 선임된 외부 출신 회장이다. 1959년 전남 보성 출신으로 영동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거치며 약 30년간 공직에 몸담았다. 그가 공직에 몸담으며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시기는 이명박·박근혜정부 때였다. 우선 임 회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비서관,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재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 실장 등을 역임하며 경제 정책 설계를 주도하며 관련 분야 핵심 인사들과 인연을 맺었다.
이명박정부의 핵심 인사, 이른바 'MB맨'들은 지금도 정·재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신제윤(1958년생)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꼽힌다. 신 의장은 임 회장과 행시 24회 동기로 당시 행시 수석은 신 의장이, 연수원 수석은 임 회장이 각각 차지했다. 임 회장이 기재부 제 1차관에서 국무총리실 실장으로 이동할 때 후임으로 신 의장이 임명되기도 했다. 반대로 금융위원장은 신 의장이 먼저 맡았다. 2015년 금융위원장 이임 당시 신 의장은 "새로 부임할 임종룡 위원장은 평생 저와 함께 금융 강국을 꿈꿔온 사람으로 그를 주축으로 금융 강국의 꿈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며 강한 신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신 의장이 몸담고 있는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우리은행의 주요 고객사로 자리매김해왔다.
MB정부 시절 국세청장을 역임한 이현동 전 청장도 임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인물로 분류된다. 행정고시 동기이기도 한 두 사람은 과거 기재부 제1차관, 국세청장 신분으로 조세 정책 관련 실무 업무를 함께 수행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기재부의 지휘·감독을 받는 외청이다. 최근 이 전 청장은 연민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윤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건진법사와 혜우스님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다시 한 번 여론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현재 야권에서 활동하는 거물급 정치인 중에도 'MB맨'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다만 그들과 임 회장과의 정확한 친분 관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일례로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후보, 홍준표 전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권영세 의원, 김기현 의원, 나경원 의원, 윤한홍 의원, 권성동 의원 등은 모두 과거 친이계로 분류됐던 인사들이다. 이들 중 윤 의원과 권 의원의 경우 윤석열정부 시절 국민의힘 실세 의원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임 회장 역시 과거 윤석열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尹 부친 제자 모임 '연금회'부터 영동고·연대·오리건대 학맥까지…국가대표 인맥 부자 평가
'학맥' 역시 임 회장 인맥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임 회장은 서울 영동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오리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임 회장의 영동고 동문으로는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 김광수 전 은행연합회장, 이승건 토스(운영사 비바리퍼플리카) 대표 등이 꼽힌다. 토스는 박근혜정부가 추진한 핀테크 육성 산업의 수혜기업 중 한 곳이다. 임 회장 역시 금융위원장 시절 핀테크 규제 환경 재정비에 공을 들인 바 있다.
임 회장(78학번)의 대학 인맥 또한 화려한 편이다. 임 회장은 이주열(70학번) 전 한국은행 총재, 최경환(75학번) 전 기재부 장관 등과 함께 '연세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이른바 '연금회'(연세대 금융인회)의 핵심 인사로 꼽히고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엔 임 회장이 기재부 1차관을, 이 전 총재가 한국은행 부총재로 각각 재직하며 실무에서 호흡을 맞췄다. 박근혜정부 시절엔 최 전 장관이 기재부장관을, 임 회장이 금융위원장을 각각 역임했다. 세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친인 인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도 사제의 인연을 맺고 있다. 윤 교수는 1968년 연세대 상경대 조교수로 출발해 1991년 상경대 학장에 오르는 등 20년 넘게 연세대 상경대에서 제자들을 양성했다.
임 회장의 미국 오리건대 대학원 인맥 역시 대학 못지않다. 임 회장의 대학원 동기 중 가장 유명한 인물로는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꼽힌다. 두 사람이 대학원을 함께 다녔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두 사람은 대학원 동문 인연 외에도 행정고시 선후배 관계로 얽혀있다. 추 전 장관이 윤 회장의 행정고시 한 기수 후배다. 추 전 장관은 금융정책과장, 금융위 부위원장, 기재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다.
금융업계 안팎에선 규제 산업이자 공공재로 인식되는 금융그룹 특성 상 인적 네트워크 활용 능력이 경영 성과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임 회장 인맥은 꾸준히 여론의 관심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임 회장은 재임기간 동안 회사 안팎으로 인적 네트워크와 관련한 사건사고들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에 그의 인맥에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며 "금융그룹은 현 정부와의 정책적 결이 맞는 인물이 이끄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설명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기관은 사실상 주인이 없는 공공재 성격을 가진 산업으로 금융당국의 정책적 영향력과 규제에 크게 의존한다"며 "임 회장의 경우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에 금융기관 요직을 대거 차지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만큼 현재의 정책적 방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정부의 정책 기조와 임 회장이 가지고 있는 과거 경제 정책적 성향이 상이한 점을 고려할 때 현 정부와 친화적인 인물이 우리금융 회장직에 임명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