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주변장치, 소프트웨어 도매업체인 트리즈엔 양성기 회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9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2025년 제8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에서 격주 4일제를 도입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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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트리즈엔은 근로자가 76명인 중소기업으로 고급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트리즈엔이 노동시간 단축에 나선 것은 이야말로 가장 큰 복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양 회장은 “직원은 임금 삭감 없는 격주 4일제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일·생활 균형(워라밸)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 방안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잠깐 고민했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1개월 내 1주 평균 근로시간을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자가 일하는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일이 몰릴 땐 많이 일하고, 없을 땐 쉴 수 있다.
하지만 양 회장은 “저 스스로가 이 제도를 악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바쁘니까 좀 더 일을 시키고, 쉴 차례가 와도 건너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저 개인적으로도, 사주가 아예 욕심을 버릴 수 있게 노동시간을 강제적으로 단축할 필요가 있겠다고 봤다”고 했다.
트리즈엔은 노사발전재단의 일터혁신 컨설팅을 받은 후 올해 8월 격주 4일제를 도입했다. 업무 공백을 줄이기 위해 A조와 B조로 나눠 운영한다. A조가 주 5일 일할 땐 B조가 4일 근무하는 식이다.
현재는 시범운영 단계라 소정근로시간(근로계약서상 근로시간)은 여전히 주 40시간이다. 하지만 격주 4일을 초과해 일하는 시간에 대해선 초과수당을 지급한다. 주 평균 36시간 일하는데 초과로 4시간 근무했다면 이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준다는 의미다. 이 회사 컨설팅을 담당한 김철우 노무법인 이앤엘 대표는 “궁극적으론 소정근로시간도 줄일 것”이라고 했다.
격주 4일제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양 회장은 “엔지니어가 쉬는 날 고객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업무 연속성이 떨어진 점이 있는데 이는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김 대표는 “향후 소정근로시간을 주 36시간으로 단축하면 (임금을 삭감하지 않으니) 시급이 올라간다. 문제는 가산수당, 연차수당 등도 부수적으로 오른다”며 “인건비 총액이 어느 정도 오를지 설계가 필요하다. 임금 보전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양 회장은 격주 4일제를 시범단계에서 그치지 않고 정식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 회장은 “근로자가 근무시간에 최선을 다해 일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그러려면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격주 4일제로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날 포럼엔 고용노동부의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의 노·사·정 및 전문가위원 전원이 참석했다. 이현옥 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추진단은 앞으로도 현장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기업의 실노동시간 단축을 지원할 정책 방안을 적극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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