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김 실장 딸의 전세 거론에 폭발한 것과 관련, 민주당은 "가족을 거론한 것은 정책실장을 모욕한 것이다. 예산 토론에서 딸 얘기를 한 것은 반칙"이라며 해당 발언을 한 김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정책실장은 "어떻게 가족을 엮냐"며 격노했던 것과 달리 하루가 지난 19일에는 "좀 더 부드럽게 답변하는 훈련을 더 해야 되겠다"며 차분해진 모습을 보였다.
국회서 野김은혜 '딸 갭투자' 의혹 제기에 김 실장 격노
김 정책실장이 격노한 배경은 18일 오후 국회 운영위에서 나온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따님 전세 살고 계시죠. 전세금은 누가 모은 겁니까. 김 실장의 갭투자 아닙니까"라는 질의로 시작됐다.
2026년 예산안 토론을 위해 국회에 나온 대통령실 인사에게 김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출 정책에 대해 질의하며 예산과는 관계없는 김 정책실장 자녀의 전세 이야기를 꺼내"김 실장이 갭 투자를 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압박했다.
김 의원은 "따님이 전세 살고 있는데, 전세금은 누가 모은 것인가"라고 묻자, 김 정책실장은 "딸이 저축한 게 있고 제가 조금 빌려준 게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다시 김 정책실장에게 "따님한테 임대주택 살라고 얘기하고 싶으시냐"고 물었고 이에 김 정책실장은 "제 가족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하지 마시라"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의원은 "청년 전세와 관련된 정부 정책 대출은 거의 다 잘랐다"며 "내 딸은 전세를 살 수 있어서 든든한 아버지의 마음이 있는데"라고 말했다.
김 정책실장은 "우리 딸을 거명해서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고, 지금 생애 최초나 청년들을 위해 대출을 줄인 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도 김 정책실장의 목소리가 커지며 흥분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자 바로 옆자리에 앉았던 우상호 정무수석은 김 정책실장의 손을 잡고 마이크를 내리며 "하지 마라", "안 된다. 가만히 있으라. 대통령실인데"라고 만류했다.
김 정책실장은 우 정무수석의 '그만하라'는 만류에도 "가만있어봐"라며 "딸이 갭 투자한다고 그런 식으로 말했지 않나. 어떻게 가족을 엮어서 그렇게 말씀하시냐"면서 "공직자 아버지를 둬서 평생 눈치 보고 사는 딸에게 갭 투자는 무슨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과 김 정책실장의 고성으로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김병기 운영위원장은 김 정책실장을 향해 "적당히 하세요", "정책실장님"이라고 만류하다 "정책실장", "정책실장"이라고 소리치며 주의를 줬다. 우 정무수석도 옆에서 "그만하라", "지금 이러면 안 된다"고 수차례 만류했다.
김 운영위원장이 "정책실장, 지금 뭐 하는 건가. 여기가 정책실장이 화내는 곳인가"라고 하자 김 정책실장은 그제서야 "송구하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김 의원은 해당 질의와 관련해 "김 실장의 가족을 문제 삼은 질의가 아니라, 청년층의 현실과 괴리된 정부의 주거정책 방향을 비판하고 전환을 요구한 질의였다"고 설명했다.
박지원 "딸 거론해 정책실장 모욕…김 의원이 사과해야"
국회에서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고성을 내며 어우선한 분위기를 만든 것에 대해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김 의원이 '자식 이야기'까지 거론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에서 국회 운영위 관련 질문을 받자 "김용범 정책실장은 공무원 출신으로 딸이 전세 셋방을 전전하니까 가슴이 아팠을 것"이라며 아무리 정치판이라고 하지만 배우자나 자식에 대해선 절제된 표현을 해야 한다. 김은혜 의원이 김용범 정책실장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정의>
그는 "김 의원은 청와대 공보수석 하면서 '바이든 날리면' 한 사람 아닌가. 뭐 잘했다고 정책실장한테 저렇게 모욕적으로 하나"라고 꼬집으며 "제가 돌아가신 김은혜 의원 시아버지를 잘 안다. 제가 '형님, 형님'했던 분이고 시어머니도 잘 안다"며 "김 의원 남편은 아주 부자다. 그럼 축재 과정이 그렇게 깨끗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자식 문제가 무슨 죄냐. 정책 방향 질의였으면 왜 딸하고 연결을 시키느냐. 딱 집어서 딸 얘기를 하니까 (김 실장이 버럭했다)"며 김 의원이 "잘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신장식 "예산 토론에서 딸 얘기한 것은 김은혜 반칙"
국회 운영위원인 신장식 민주당 의원도 "예산을 확정하는 자리인데 김은혜 의원이 반칙을 했다. 예산 토론에 김용범 실장 딸 얘기를 왜 하느냐"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18일 오후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에서 "민주당 쪽에선 '청문회 하십니까'라는 말도 나왔다"며 "김 실장이 공직자의 자식이라고 해서 함부로 엮어서 이야기해도 되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박재홍의>
이어 "자식 얘기가 나오니까 굉장히 흥분하셨던 것 같고 김병기 운영위원장이 오히려 정책실장에게 자제를 당부하면서 예산과 관련된 얘기에서 완전히 항로를 벗어났기 때문에 다시 돌아와야 된다는 취지로 정책실장을 꾸짖으니까 야당 의원들도 더 이상 추가적인 발언을 하기 어려운 사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김용범 실장이 이렇게 화를 내시는 걸 처음 봤다. 굉장히 여유롭고 본인만의 유머 코드도 있는 분이셨는데 자식 얘기 나오니까 못 참으시더라.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김용범 "말려준 우상호 정무수석·김병기 운영위원장 고맙다"
"딸에 애잔함 있어…부드럽게 답하는 훈련해야"
김 정책실장은 딸 전세 문제로 국회서 공방을 벌인 데 대해 사과하며 자신을 말려준 우 정무수석과 김 운영위원장에게 감사의 말을 건넸다.
그는 19일 방송인 김어준 씨 유튜브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에 출연해 "질의 답변이 참 어렵다"며 "좀 더 부드럽게 답변하는 훈련을 더 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겸손은힘들다>
김 정책실장은 "갭투자가 아니다"라며 "딸이 아빠가 공직에 있는 것을 되게 싫어하고 조심하고 눈치 본다. 애잔함이 있다"고 전하며 우 정무수석을 향해선 "고맙다. 말려주셔서"라고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이기도 한 김 운영위원장을 향해선 "저를 뭐라고 하시는 것보다 그 상황을 위원장으로서 정리하려고 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가 "이왕 이렇게 캐릭터 잡힌 거 다음에 더 세게 하라"고 하자 김 정책실장은 "그건 아니다. 숙고하고 제가 잘 해야죠"라고 답했다.
이어 김 씨가 "대통령실에 들어가는 것은 준 정치인이 되는 것"이라고 하자 김 정책실장은 "저도 몇 달 동안 이전과는 다르다는 느낌은 가지고 있다"면서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하고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정치 영역에 들어왔다고 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2년 전에 (매입) 한 것도 갭투자가 아니고 (딸도) 둘 다 아니다"라며 부동산 논란을 다시 한 번 부인했다.
국힘 "국민 무시한 김용범 폭주…즉각 경질하고 사과하라"
반면 국민의힘은 김 정책실장을 향한 비판을 쏟아내며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김 실장의 경질을 요구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19일 논평을 통해 "김용범 정책실장은 국회 운영위에서 김은혜 의원의 부동산 정책·갭투자 의혹 질의에 제대로 답하지 않고 고성과 삿대질로 반응하며 회의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우상호 수석과 김병기 원내대표의 계속된 만류도 뿌리치고, 격앙된 태도를 이어갔다"며 "이 장면은 이재명 정권이 국민 앞에서 얼마나 오만한지를 드러내는 상징적 순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감시·견제하는 핵심 위원회로, 정책 실패나 도덕적 문제가 있다면 국민을 대신해 그 이유를 물어야 한다"며 "김 의원의 질의 핵심은 청년 전세대출 예산이 삭감된 상황에서 청년들의 집값 부담을 묻는 정책 질문임에도 김 실장은 답하지 않고 '감히 내 딸을 건드리냐'고 분노했다"고 적시했다.
이어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면서 많은 청년이 쪽방과 고시원 등으로 내몰리고 있고 국민은 청년의 절규에 대한 답을 듣고 싶다"며 "김 실장 딸처럼 전세금을 빌릴 '아빠 찬스'는 없더라도 '국가 찬스'는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조 대변인은 "자기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에게 대통령실 정책실장 자리를 맡길 수 없다"며 "대통령은 공직기강 해이를 바로잡기 위해, 국민을 모독한 김용범을 즉각 경질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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