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인공지능) 투자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가운데 정작 조직 안에서는 대규모 감원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과 팬데믹 이후 금리 환경 변화가 맞물리며 기술기업들이 구조적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한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1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고용 정보 업체 챌린저, 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는 기술기업들이 올해 들어 14만1000명 이상을 감원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수치다.
경제학자들은 기업들이 AI 시대를 앞두고 조직을 재편하면서 이러한 구조조정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팬데믹 기간 급증한 인력을 줄이는 흐름이, 이제는 효율성과 속도 유지라는 CEO(최고경영자)들의 압박 속에 거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크 무로 선임연구원은 "테크기업들은 혁신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만큼, 이들의 구조조정 방식이 다른 산업의 '모델'이 될 수 있다"며 "AI가 다른 업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UC버클리의 엔리코 모레티 경제학 교수는 "테크섹터는 지난 20년간 경험하지 못한 가장 큰 변화의 중심에 있다"며 "AI와 팬데믹 후폭풍이 맞물리며 업계가 혼란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구조조정 흐름은 주요 기술기업들의 호실적과 대비돼 더욱 눈길을 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 분기 10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고,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돌파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만 AI 인프라 확대에 최대 37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알파벳은 올해 여러 부문에서 수백 명을 감원했고, 아마존은 이달 1만40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부 영역에서 선택적 감축을 진행하는 중"이라면서도 "전략적 성장 분야에서는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메타는 AI 부문에서만 600명을 감원했는데, 알렉산더 왕 최고AI책임자는 "팀 규모를 줄여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더 큰 임팩트를 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부 감원은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크 마하니 에버코어ISI 애널리스트는 "직원 1인당 생산성은 지난 10년 평균보다 30% 상승했다"며 AI 도입 효과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기 환경 역시 구조조정에 영향을 미쳤다. 모레티 교수는 "팬데믹 시기 낮았던 금리가 2022년 연준의 급격한 인상으로 급변하자 기술기업들이 재빨리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AI 관련 고용은 일부 분야에서 확대되고 있다. 메타의 '슈퍼인텔리전스 랩스'를 포함해 AI 핵심 조직은 여전히 채용 중이며,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역시 수백 개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채용을 열어두고 있다.
모레티는 "AI는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게 해 고용 증가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AI 생태계를 지원하는 스타트업과 주변 산업에서는 신규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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