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옐로라인 넘어와 공격…이스라엘 군인 3명 사망"
키부츠·노바축제 비극현장, 집집마다 불타고 자동차 무덤도
"평화 파트너 없어" "하마스 제거돼야" "여전히 평화 원해"
(스데로트·노바·레임·후르페이쉬[이스라엘] = 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로켓이 날아오면 최대한 바닥에 엎드려야 합니다"
가자지구가 내려다보이는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 언덕 전망대에는 휴전에도 지난 11일(현지시간)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았다.
◇ 가자지구 접경엔 긴장감 여전…"하마스, 옐로라인 넘어"
이날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전망대를 찾은 연합뉴스를 비롯한 한국 취재진에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 합의를 어기고 이스라엘군의 철군선인 '옐로라인'을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언덕 아래에는 희뿌연 날씨 속에 가자지구의 모습이 어렴풋이 나타났다.
이 관계자는 특히 휴전 이후에도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군 3명이 사망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합의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1단계 휴전이 발효된 지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이지만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합의에 따라 가자지구 내의 이른바 '옐로라인'으로 한발 물러나 하마스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 옐로라인에는 약 200m 간격으로 노란색 콘크리트 표지석이 설치돼 있다는 것이 이스라엘군의 설명이다.
스데로트 지역은 가자지구 북부 오른쪽 끝과 인접해있다. 2년 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당시 약 반나절 동안 완전히 점령당한 지역 중 한 곳이다. 당시 접경지를 넘어 이스라엘 지역으로 넘어온 하마스 무장대원들은 최소 5천명 이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스데로트 거리에는 가깝게는 불과 몇십m마다 최대 4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간이 콘크리트 방공호가 산재해 이곳의 긴장감을 더했다. 주민들은 미사일 등 '적색경보'가 발령되면 7초 이내에, 최대 15초 이내에 방공호로 대피하도록 안내받고 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대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면서 "하마스가 전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긴장도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로켓 발사 활동 포착, 무기 밀수 가담 등의 이유로 "휴전 합의를 헤즈볼라가 위반한 것"이라며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1일 찾은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접경지 후르페이쉬에서는 지역 방어를 책임지는 북부사령부의 모습이 멀리서 보였다. 이곳은 소수민족인 드루즈족 거주 지역으로 이들은 충성심이 강해 이스라엘 군과 경찰에서도 주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역은 구글 맵으로도 정확한 위치가 표시되지 않았다.
이스라엘 측 관계자는 헤즈볼라가 표적을 정확히 공습하지 못하도록 이스라엘 측이 GPS 교란을 하곤 한다고 전했다.
◇ 키부츠·음악축제 참극 현장…생존자 "모든 것이 변했다"
가자전쟁으로 인한 상흔은 여전했다.
하마스와의 이틀간에 걸친 교전 끝에 결국 점령당했던 스데로트 경찰서는 건물이 파괴되면서 현재는 완전히 허물고 추모 공간으로 변모했다.
가자지구 남쪽 접경지에 있는 니르 오즈 키부츠 역시 참혹한 현장 그 자체였다.
하마스의 습격을 당한 키부츠 내 가옥들은 대부분 불에 타고 파괴됐다. 하마스는 인질을 납치한 뒤 가스관을 끊어 불을 붙였다고 한다.
불에 탄 침대와 가재도구, 벽면 곳곳의 총탄 흔적, 마지막까지 비상 대피실의 철제문 문고리를 부여잡고 저항하다 총격으로 피를 흘린 자국 등이 당시의 비극을 증언하고 있었다.
키부츠에서 만난 리타 리프시츠(61)는 11일 "키부츠내 221개 가옥 가운데 6채만 빼고 모두 하마스의 만행을 당했다"면서 "117명이 이상이 인질로 잡혀가거나 사망했다"고 전했다.
하마스의 공격 하루 전날 손주를 보러 키부츠를 잠시 떠나 자신은 참극을 피했다는 리프시츠는 시어머니는 인질로 잡혀갔다가 풀려났지만, 시아버지는 500여일 만에 시신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하마스 공격을 받은 집마다 노란색(인질로 납치), 검은색(키부츠내에서 살해), 파란색(인질로 잡혀갔다가 생존 귀환) 깃발이 꽂혀있었다.
리프시츠는 "이제야 일부 노란색 깃발을 파란색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마스의 습격을 당한 노바 음악축제 현장 인근 트쿠마의 이른바 '자동차 무덤'에는 불에 타고 파괴된 1천500여대의 자동차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인명구조를 위해 출동했다 공격당한 이스라엘 앰뷸런스, 차량 지붕에 기관총을 설치했던 흔적이 남아있는 하마스의 픽업트럭 등도 보였다.
레임 지역의 노바 음악축제 현장에는 희생자들의 사진과 이력을 담은 추모 입간판이 빼곡히 들어섰다.
당시 축제장을 찾았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마잘 타조(여)는 당시의 공포를 취재진에게 생생히 전했다.
그는 축제 현장에서 인근 숲속으로 탈출을 시도했지만 이미 곳곳에서는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깔려있었다.
바닥에 누워 나뭇잎으로 몸의 일부를 가리고 죽은 척했지만, 하마스가 소총 개머리판으로 머리 뒷부분을 가격해 피를 흘리고 기절했다. 머리 뒷부분이 찢기는 상처를 입었지만 타조는 역설적으로 기절 덕분에 가까스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 복잡한 심경…"우린 버려졌었다" "평화 원하지만 하마스는 안돼"
생존자들은 무방비에 가까웠던 이스라엘군의 대응 실패, 하마스와 팔레스타인과의 공존 여부 등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쏟아냈다.
노바 축제에서 살아남은 타조는 "모든 것이 변했고, 이제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제거되지 않으면 안전할 수 없다. 나를 죽이려는 사람들과 같이 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니르 이츠하크 키부츠(집단농장)에서 납치됐다가 이스라엘군의 전격적인 구출작전으로 129일 만에 귀환한 루이스 할(71)은 "언젠가 평화가 오기를 희망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평화를 위한 파트너가 없다"고 지적했다.
니르 오즈 키부츠에서 만난 리프시츠는 "여전히 우리 아이들과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평화롭게 살기를 원한다"면서도 "하마스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와 군에 대해서도 "하마스의 공격을 받는 동안 우리는 버려진 상태였다"면서 "반드시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마스의 만행에 대한 비판 여론과 별개로 이스라엘도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보복으로 6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가자지구의 대부분 건물은 폐허라는 표현도 모자랄 정도로 초토화됐다. 또 유엔 기구와 비영리단체 등으로 구성된 기아 감시 시스템 통합식량안보단계(IPC)는 지난 8월 가자지구에 사상 처음으로 식량위기 최고 단계인 '기근'이 발생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군 관계자는 거미줄처럼 연결된 하마스의 지하터널과 곳곳에 설치된 폭발물을 무력화하려면 건물을 파괴할 수밖에 없었으며, 가자지구에 구호트럭이 많이 들어갔지만 하마스가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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