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국민의힘 박민영 미디어 대변인의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장애인 비하’ 발언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박 대변인을 고소했고 제3자들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처럼 비판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당 지도부의 대응이 구두 경고에 그친 데다 “자그마한 일”이라고 일축하면서 논란은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다.
인권위는 19일 박 대변인의 이른바 ‘장애인 비하’ 논란과 관련해 제기된 진정 9건을 조사과에 배당하고 확인 절차에 돌입했다. 진정 9건 외에도 민원 1건도 이날 추가로 접수된 상태다.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일 경우 인권위 진정은 각하 처리된다. 다만 인권 보호와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된다면 인권위가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
앞서 박 대변인은 지난 12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시각장애인이자 비례대표 재선 의원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을 겨냥해 부당한 비례대표 공천이었다는 취지로 “장애인을 너무 많이 할당을 해서 문제라고 본다”고 발언해 김 의원 측뿐만이 아니라 장애인 단체 등 시민사회의 공분을 샀다.
이외에도 “본인이 장애인이라는 주체성을 가지는 게 아니라 배려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 것”, “김 의원 같은 사람이 ‘눈 불편한 것 말고는’ 기득권”이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김 의원이 발의했다 철회한 장기이식법 개정안을 두고는 “잡혀가서 장기를 적출당해도 합법”,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장기 적출까지 세트”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의원은 박 대변인을 명예훼손과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그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보복이나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우리 정치가 더 나은 기준을 세우고 지켜가기 위한 최소한의 공적 조치”라며 경찰 고소 사실을 알렸다.
장애인 비하, 장기이식법 개정안 왜곡 등의 논란이 확산되자 박 대변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의힘 비례대표 중 당선권(20번 미만)에 장애인이 3명이나 배정된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김 의원은 비례대표로만 두 번이나 당선됐기에 과대표 됐다고 언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부 과격하게 들릴 수 있는 표현들에 대해서는 사과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당에서는 이번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모양새다. 현재 국민의힘은 박 대변인에 대한 징계 없이 구두 경고로 넘어갔다. 더욱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박 대변인의 사의를 반려한 것이 알려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의 대응을 두고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의 발언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송 원내대표는 전날 진행된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김예지 의원이 박 대변인을 고소한 것을 두고 “과다하게 언론에서 반응하는 부분은 자제하길 부탁한다”며 “본인이 사과의 뜻을 밝혔고 당 대표가 엄중히 문책한 것으로 정리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답했다.
이어 “왜 국민의힘에서 노력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 중에서 굳이 자그마한, 서로 간의 어떤 내부적인 일을 가지고 이렇게 오랫동안 집착해서 기사화하려고 하느냐”고 취재진에게 되물었다.
현재 박 대변인은 당 안팎에서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YTN 라디오를 통해 “요즘 정치에 사용되는 말이 박 대변인뿐 아니라 여러 지지층에서 나오는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어떤 거친 말들이 정말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장애인 비하 발언이 맞다면 징계해야 한다고 보고 엄중 경고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도 전날 성명을 내고 “제1야당의 대변인이 공개석상에서 내뱉은 말과 행동이라고 보기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참담한 수준”이라며 “장동혁 대표는 ‘장애 혐오’ 박 대변인을 즉각 해임하고 제명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시민사회의 비판도 거세다. 대한안마사협회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박 대변인은 즉각 대변인직에서 물러나고 공식 사과해야 한다”며 “국민의힘 지도부는 ‘경고’에 그치는 미온적 대응을 즉각 중단하고 엄정하고 신속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도 “국민의힘에 박 대변인에 대한 준엄한 징계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 현역 의원이 자당 대변인을 형사 고소하는 이례적 상황까지 벌어졌음에도 지도부가 경고로 그치거나 ‘자그마한 일’로 치부하면서 사실상 사태 축소를 시도하려는 모습을 보여 추가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박 대변인의 당직인 미디어 대변인이 ‘장동혁 지도부’에서 신설된 만큼 지도부가 쉽게 경질하기 어려웠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실언을 넘어 장애인 대표성에 대한 인식 부족과 정책 왜곡의 책임, 지도부의 대응 기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