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가 10년 넘게 주도해 온 항암 시장에 '항체약물결합체'(ADC) 기술이 강력한 차세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ADC가 기존 화학항암제의 전신 독성과 면역항암제의 낮은 반응률 한계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국내외 주요 제약사들도 ADC 관련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협력과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시장과 경쟁 구도도 재편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레고켐바이오, 알테오젠, 압타바이오 등 핵심 원천 기술 기업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생산 역량 기업들이 중심축을 이루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ADC 플랫폼 기업 중 가장 공격적인 확장세를 보이는 곳은 레고켐바이오다. 레고켐바이오는 독자적 링커·페이로드 기술을 기반으로 지난 2022년 12월 미국 암젠과 1조605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 일본 오노약품, 얀센까지 이어진 빅딜에 계약이 총 7조5000억원에 이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협력을 통해 세포주 개발부터 임상용 ADC 생산(CDO·CDMO)까지 전주기 개발·생산 체계를 구축한 레고켐바이오는 사실상 국내 대표 ADC 기술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 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하는 히알루로니다아제 기반 플랫폼 'ALT-B4'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술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 기술은 단일 질환이 아닌 항암제·면역질환제·호르몬제 등 다양한 바이오의약품에 적용 가능한 범용 플랫폼으로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와 최대 1조9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MSD·다이이찌산쿄 등과의 기존 계약까지 포함하면 알테오젠의 누적 기술수출 규모는 11조원을 넘어선다. 특히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의 글로벌 ADC 간판 제품 '엔허투' SC 제형 개발 프로젝트에 ALT-B4 플렛폼 기술이 적용되면서, 알테오젠의 ALT-B4는 ADC 투약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압타바이오는 항체보다 작고 침투성이 뛰어난 압타머 기반 Apta-DC 플랫폼으로 물질에 약물을 결합, 약물이 표적 암세포에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설계된 기술로 차세대 ADC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급성백혈병 치료제 Apta-16 임상 진입을 준비 중인 압타바이오는 암 미세환경을 겨냥한 APX-343A 개발도 추진 중이다.
또 다른 바이오기술 전문 기업인 압타머사이언스도 '미니 ADC'로 불리는 ApDC 기술을 강화하며 국내 ADC 기술 지형을 다변화하고 있다.
ADC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대형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레고켐바이오와의 긴밀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미국시라큐스 공장에서 ADC 원료·중간체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최근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10년간 한국 바이오 수출의 주력 동력은 ADC가 될 것"이라며 "플랫폼 원천기술 기업과 대형 CDMO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는 글로벌에서도 드문 모델"이라며 "'국내 기술을 먼저 도입하고 싶다'는 해외 제약사들의 요청이 늘면서 국내 바이오 산업의 신뢰도와 기술 성숙도가 한 단계 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세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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