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문화재단, 김재우·이지원씨 등 '효행대상' 수상자 선정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인천에 사는 대학생 김재우(24) 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간경화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결국 2022년 간암 진단까지 받아 간 이식이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차마 가족에게는 알리지 못하고 홀로 고민에 잠겼다.
김씨는 아버지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간 이식 사전 검사 동의서만 작성해둔 채 고통을 감내하고 있던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
평소 아버지를 끔찍이 아끼는 어머니를 떠올리면서 가슴이 미어진 김씨는 본인이 나서 가족을 지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김씨는 지난해 2월 간 이식 수술을 통해 간 60%가량을 떼어냈고, 그의 아버지는 이식 수술 후 직장 생활을 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한때 원인 모를 후유증으로 다시 입원하고 몸에는 커다란 흉터가 남았지만, 가족의 돌봄으로 위험한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
김씨는 "아버지가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면 가족을 지켜냈다는 자부심이 생긴다"며 "현재는 웹 개발자를 꿈꾸면서 잠시 미뤄둔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 사는 대학생 이지원(23) 씨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유방암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를 알뜰살뜰 돌보고 있다.
이씨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건강하던 아버지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고 점점 증상이 악화하며 거동이 불편해져 이씨가 병간호를 맡게 됐다.
머리 감기와 배변 처리 등 대부분 간병을 책임지며 아버지를 3년 동안 돌봤지만, 낙상 사고 위험으로 어쩔 수 없이 요양원에 아버지를 모셨다.
이씨는 현재 학업을 병행하며 꾸준히 아버지를 찾아가 병세를 살피고, 항암치료를 받는 어머니와 함께 병원에 다니며 집안일을 도맡고 있다.
이씨는 "부모님의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돼 곁을 지킬 수 있어 기쁘다"며 "생명을 지키는 공중보건정책 연구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가천문화재단은 효심이 지극한 현대판 '심청이'에게 주는 제27회 가천효행대상 수상자로 김씨와 이씨를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다문화효부상 대상은 거동이 불편한 시아버지가 세상을 뜨기 전까지 돌보고 현재 치매가 있는 시어머니를 돌보는 윤지수(필리핀 출생) 씨가 선정됐다.
다문화도우미상 대상은 다문화·이주배경 아동에게 방과 후 돌봄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천 꿈쟁이지역아동센터가, 효행교육상 대상은 가정 연계 활동을 펼치는 충남 천안 벤자민인성영재학교가 각각 받았다.
가천문화재단은 또 가천효행상 본상 4명·특별상 5명, 다문화효부상 본상 2명, 다문화도우미상 특별상 1개 단체, 효행교육상 특별상 1개 단체를 선정했다.
가천효행대상은 가천문화재단 설립자인 이길여 가천대 총장이 1999년 심청전 원작의 무대로 추정되는 인천 백령도에 심청 동상을 제작해 기증한 것을 계기로 제정됐다.
부문별 수상자에게는 각각 장학금 300만∼1천만원과 100만원 상당의 종합건강검진권 등이 상금과 부상으로 주어진다. 시상식은 오는 27일 인천시 연수구 가천교육관에서 열린다.
가천문화재단 관계자는 "1999년부터 올해까지 총 348명을 대상으로 시상했다"며 "효를 중시하는 문화를 지키기 위해 가천효행대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goodluck@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