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준형·김영환 기자]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업단지내 위치한 친환경 리사이클링 전문 기업 DS단석은 회사 규모에 비해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낯선 회사다. 2024년 기준 9617억원으로 매출액은 1조원을 오르내리고 있지만 코스피 시장 상장일은 2023년 12월 22일로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모습을 보인지 채 2년이 되지 않았다. 주력 사업 또한 일반인들과 접점이 거의 없는 바이오 에너지, 폐배터리 재활용,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이다 보니 회사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DS단석은 지난 1965년 설립된 이래로 60년 동안 꾸준히 성장을 이뤄온 국내 대표 중견 제조기업 중 하나다. 최근 이데일리와 만난 한승욱 DS단석 대표는 “제가 입사할 당시에 회사 매출이 3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비전을 계속적으로 잘 제시하면서 어려움을 이겨내다 보니 이렇게 매출 1조의 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승욱 대표는 창업자인 고 한주일 회장의 차남으로 지난 2012년부터 DS단석의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1983년 DS단석의 전신인 노벨산업사에 입사한 이후 42년 동안 회사에 근무하며 밑바닥부터 입지를 다진 오너가 2세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단기적인 성과보다 지속가능한 핵심 가치를 목표로 장기적인 성과를 추구해야 한다’는 게 한 대표의 경영 철학이다. 그는 “기업 매출이 2000억~3000억원으로 올라가게 되면 회계·세무를 관리하는 이들이 기업을 분할해 중소기업 혜택을 그대로 받게 하자는 말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이런 단기적인 세제·회계상의 불이익 때문에 (성장 초기에) 기업을 분할하는 것은 장기적인 성장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기업이 어느 정도 몸집이 있어야 시장에서 힘도 생기고 홍보력도 강해지는 법이다”며 “이제 DS단석이 매출 1조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바이오에너지, 배터리 재활용, 플라스틱 재활용 등 각 사업부분의 경쟁력을 극대화 하면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회사 성장 과정에서 재무 건전성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 없이는 안된다. 연구·개발을 하고 설비를 늘리고 하다 보면 투자가 계속 늘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자금의 한계로 인해 부채가 급격하게 늘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부채 비율이 높게 되면 기업이 적자가 1~2년만 나도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부채 비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DS단석의 경우도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차손 등으로 적자가 났었고, 큰 화재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건전한 재무 상태를 유지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한 대표는 전한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도 최소 200% 미만의 적절한 부채 비율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한 대표는 “전공은 화학 공학을 했지만 40년 넘게 현업에 있다 보니 재무 관리가 매우 중요함을 느끼게 됐고, 자금 유동성 관리를 신조처럼 지키고 있다. 1조 매출 기업이 되면 한 해 3조원 가량의 자금이 움직이니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산업계에 불어온 미국발 관세 악재와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은 편이다. 한승욱 대표는 “환율의 경우 1400원대가 이미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된 것 같다. 다행히 DS단석의 경우 수출과 원자재 수입의 비중이 5대5 정도라 자체적으로 리스크 해지가 되는 것 같다”며 “지금보다 환율 변화가 훨씬 컸던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잘 단련이 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쪽 수출은 바이오 에너지 관련 제품 말고는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관련 제품들도 지금 관세를 피할 수 있는 방법들을 미국 정부와 협의 중에 있는데 아마 내년 1월부터는 그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승욱 대표는 지난 2012년부터 대표를 맡으며 2세 경영을 시작하면서 신사업 부분도 꾸준히 모색 중이다. 한 대표는 “2030년까지 매출 3조원을 목표로 뛰고 있다. 매출 증가분 중 최근 확장하고 있는 바이오 항공유 등의 바이오 에너지 쪽에서 절반 가량을, 그리고 에너지 저장장치(ESS)와 폐배터리 재활용 등에서 나머지 절반을 채울 생각이며, 추가적으로 MMR(마이크로 원자로: SMR보다 더 적은 발전용량을 가진 초소형 원자로) 등의 사업에서의 새로운 매출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은 멈춰 있는 순간 발전하지 못한다”며 “매출 3조 기업을 만드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또한 “DS단석도 처음에 화학 기업에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재활용 사업 등 환경 사업으로 변신을 잘했기 때문에 1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기업이 어려울 때는 좋은 날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그냥 기다리는게 아니라 투자, 교육 등을 하면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DS단석의 최근 실적은 부진한 편이다. 지난 2022년 1조 1337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지난해 9617억원으로 2년 만에 15% 정도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도 46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줄었다. 한승욱 대표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다 보니 바이오 에너지 부분에서 적자가 났다. 올해까지는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것 같다”면서도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시설 투자 등을 통해 공정 합리화를 이루면서 내년은 올해 보다는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가지고 주주와 투자자들을 위한 활발한 IR(투자 정보 제공) 활동에도 나설 생각이다. 한 대표는 “최근 코스피 상승과 무관하게 DS단석의 주가가 부진해 아쉽다. 하지만 원칙에 위배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지속 경영을 할 것이며 내년부터는 분기별로 IR 설명회 등을 가지는 등 주주들을 위한 활동을 활발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선후배 기업인들에게 한 대표는 “AI로 인해 새로운 시기를 맞이한 만큼 지금은 미래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오랫동안 기업을 이끌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선진국들에 비해 기업에 대한 정부나 사회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며 “큰 자금을 쪼개 여러 작은 중소기업들에 나눠주기 바쁘다 보니 실제 1조, 2조 매출로 성장하는 중견기업들이 큰 투자금이 필요할 때는 양질의 자금과 세제 지원 등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기업들에 미국 등 선진국들에 비해 지원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승욱 DS단석 회장은...△1958년 강원 양양 출생 △아주대 화학공학과 학사 △한양대 공업화학과 석사 △DS단석 전무 △DS단석 부사장 △한국 에너지학회장 △DS단석 대표 △DS단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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