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1월 18일 17시23분에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의 밸류업(기업가치제고) 공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올해 코스피 지수가 상승세를 보였지만 밸류업 정책의 실질적인 기여도는 낮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책임론도 나온다. 정 이사장 취임 후 최우선 과제가 밸류업이었지만 잦은 해외출장과 홍보성 행사 등 실효성이 떨어지는 활동에만 집중했다는 지적이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말까지 코스피 기업들의 밸류업 공시 이행률은 15.18%다. 대형 우량기업(코스피200지수 구성종목)으로 대상을 한정해도 이행률은 46%로, 대상 기업의 절반에 못 미친다.
이전 정부부터 거래소가 추진해온 밸류업 정책이 상장사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모양새다. 거래소가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건 지난해 5월로, 1년6개월이 넘었다.
상장사의 입장에선 거래소의 밸류업 공시에 참여해도 별다른 이익이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상장사의 한 사외이사는 "지배주주들은 밸류업에 참여해 얻을 게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거래소의 밸류업 지원방안의 실질적인 효과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스피가 올해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이는 거래소의 밸류업 정책 보다는 현 정부의 상법개정, 반도체 업황 호조 등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내 증시의 대장주로 평가받는 삼성전자는 여전히 밸류업 공시에 불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삼성전자가 밸류업 공시에 참여하지 않은 건 거래소의 능력 부족 문제"라며 "주주 중심 경영을 선언한 상장 금융지주사를 제외하면 거래소의 밸류업 정책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밸류업 공시를 발표한 기업들 중에서도 부실한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들이 많다고 진단했다. 거래소가 지난 5월 제시한 가이드라인에는 COE(주주자본비용), ROE(자기자본이익률) 등 자본효율성 항목이 포함할 것을 권고됐지만,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 공시에는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반복되고 있는 국내 상장사들의 중복상장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거버넌스포럼은 앞선 논평에서 "밸류업 정책이 상당히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정 이사장 견해에 대부분의 외국 투자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국내 증시가 투자자 신뢰를 잃은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상장사들이 중복상장을 반복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포럼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중복상장 비율은 선진국 대비 앞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포럼 측은 "중복상장은 모회사 주주 입장에서 밸류업이 아닌 밸류파괴"라며 "정 이사장은 디스카운트 해소에 앞장서야 함에도 간담회에서 자회사 중복상장 문제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과 투자자 판단에 맡길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거래소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은보 이사장은 이달 '코스피 5000시대 도약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한 자리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은 시행 1년 반 만에 기업 가치 제고와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핵심 이니셔티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어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기업 스스로 합리적인 지배구조를 확립해서 주주가치 존중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취임 후 지속적으로 밸류업 홍보와 국내 증시 외인자금 유치 명목으로 관련 행사 및 출장을 다수 진행했다. 지난해 영국, 아랍에미리트, 도쿄, 뉴욕 등지를 방문한데에 이어 이달 17일에도 홍콩, 싱가포르에서 K-밸류업 로드쇼를 개최하기 위해 출장길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밸류업 정책 성과를 홍보하는 세미나와 포럼을 다수 진행했다.
밸류업 공시 부진에 대한 거래소의 항변의 목소리도 있다. 거래소가 실질적인 권한이 부족해 상장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저조한 참여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별도의 인센티브나 제재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정은보 이사장은 상장사 C레벨 이상급 중에서도 최상위 관계자, 예컨대 CEO(대표이사), CFO(최고재무책임자), CCO(최고운영책임자)와 비공개 1대1 회담을 통해 밸류업 참여를 독려중"이라며 "기업에서 원하지 않아 외부에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거래소는 자율적으로 시장을 관리하는 입장이다 보니 밸류업 공시를 이끌어내기엔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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