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은 크지 않지만 진한 갈색빛 깃털에 황갈색 무늬가 섞인 새가 있다. 보통은 시베리아 동부와 몽골, 중국 동부 지역에서 번식하고 대만, 동남아시아 등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해 겨울을 나는 이 새는 멸종위기종인 '큰덤불해오라기' 이다. 한국에서는 5월부터 9월 사이, 즉 여름철에 중부와 남부의 습지나 강변에서 드물게 관찰된다. 이런 새가 지난 10월 중순, 서울 도심에서 발견됐다.
큰덤불해오라기는 덤불해오라기와 비슷한 외형을 가졌지만 몸 전체 색이 더 짙어 전문가들이 구별한다. 평소 사람의 접근을 피하며 숲이나 갈대밭, 하천가의 조용한 곳을 선호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심의 콘크리트 환경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짙은 색의 수컷, 흰 점무늬가 있는 암컷
큰덤불해오라기는 왜가리과 알락해오라기속의 새로, 몸길이는 35~38cm 정도다. 수컷은 머리 꼭대기와 목이 검게 물들어 있고 등은 황갈색 바탕에 검은 세로 줄무늬가 드물게 새겨져 있다. 가슴과 배는 연한 황토색을 띠며, 다리는 노란빛을 띤 갈색이다. 비행할 때는 날개 아래쪽의 검은색과 위쪽의 밝은 황갈색이 뚜렷이 대비돼 공중에서도 눈에 띈다. 암컷은 수컷보다 색이 옅고, 등판에 흰 반점이 흩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목에는 세로무늬가 5줄 정도 나타나며, 수컷에 비해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어린 새는 암컷과 닮았지만 날개 쪽에 흰 점무늬가 없어 구별이 가능하다. 부리는 길고 가늘며, 끝이 뾰족해 작은 물고기나 개구리를 찌르기에 적합하다. 눈은 둥글고 밝은 노란색으로, 어두운 곳에서도 먹잇감을 포착할 수 있다. 날개 길이는 60cm가 넘으며, 비행 시 짧고 빠르게 날아가다 갑자기 급선회하는 특유의 움직임을 보인다. 이런 특성 때문에 수풀 사이를 비집고 이동하기에 적합하다.
몸의 구조도 덤불 속 생활에 맞춰져 있다. 긴 다리로 얕은 물 속을 걸어 다니며 사냥하고, 날개보다 몸통이 짧아 좁은 공간에서도 쉽게 방향을 바꾼다. 꼬리는 짧지만 단단해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조용히 숨어 사는 야행성 새의 생태
큰덤불해오라기는 주로 조용하고 습한 환경을 선호한다. 큰 강변보다는 좁고 풀숲이 울창한 하천 주변, 버드나무 숲이나 갈대밭 안쪽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다. 덤불 안에 웅크린 자세로 숨어 있다가 먹잇감이 다가오면 재빠르게 부리를 내밀어 사냥한다. 먹이는 주로 작은 물고기, 개구리, 도마뱀, 곤충, 갑각류 등이며, 때로는 작은 포유류를 잡기도 한다. 사냥할 때는 날개를 반쯤 펴서 물을 치며 먹잇감을 몰아 모으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활동 시간은 대부분 해질녘부터 새벽까지로, 낮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잠잠히 웅크려 있다. 울음소리는 낮고 거칠어 ‘구욱 구욱’ 하는 소리로 들리며, 황소개구리의 울음과 비슷해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기도 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서식지는 알아도 개체 관찰은 어렵다. 관찰자들은 야간 카메라나 음성 녹음기를 통해 흔적을 찾는다.
번식기는 6~7월로, 수컷이 둥지 근처에서 날개를 펴고 울음소리를 내며 암컷을 유혹한다. 둥지는 덤불 속 가지 위나 물가의 풀더미 사이에 나뭇가지와 풀줄기를 엮어 컵 모양으로 만든다. 한 번에 3~5개의 청백색 알을 낳고, 암수는 교대로 18~20일간 품는다. 부화한 새끼는 온몸이 검은 솜털로 덮여 있고, 일주일 안에 둥지 주변을 걸어 다닐 정도로 빠르게 자란다.
이 새는 번식 후에도 서식지를 자주 옮기지 않는다. 주변 환경이 안정적이면 같은 지역에 몇 년 동안 머물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의 접근이나 소음에 민감해 조금이라도 위협을 느끼면 둥지를 버리고 떠난다.
사라지는 습지, 위기에 놓인 큰덤불해오라기
큰덤불해오라기는 한국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이다. 매년 국내에서 관찰되는 개체는 10마리 미만으로 추정된다. 서식지 파괴, 하천 직강화, 농약 오염, 도시화가 주요 원인이다. 예전에는 논이나 저수지 주변에서도 관찰됐지만, 개발로 인한 수질 악화와 잡목 제거로 서식지가 줄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큰덤불해오라기를 ‘준위협(NT)’ 단계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현재는 멸종 위기 수준은 아니지만, 서식지 감소가 계속되면 머지않아 멸종 위기로 진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습지 복원과 인공 둥지 설치, 농약 사용 감소 등을 통해 번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큰덤불해오라기는 생태계에서 작은 동물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포식자 역할을 한다. 개구리나 곤충, 물고기 등을 잡아먹어 습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한다. 이런 역할 때문에 ‘습지의 지표종’으로 불린다. 큰덤불해오라기가 서식하는 지역은 수질이 깨끗하고 먹잇감이 풍부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관찰할 때는 조용히 멀리서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망원경이나 망원렌즈를 사용해야 하며, 서식지 안으로 들어가거나 소음을 내면 번식에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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