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은행잎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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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은행잎 엽서

경기일보 2025-11-18 19:11:21 신고

3줄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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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채반의 고사떡처럼

찬장 안의 고들빼기김치처럼

가을이 발효되고 있다.

 

오래전 꽂힌 서가 위의 시집이

수년째 부동자세로 내려다보고 있다.

한 번 마주한 행간은 까마득하다.

고향집에서 이사 온 빛바랜 책들

인간의 조건, 명상록,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캥거루처럼 저만의 내용을 품고 있다.

 

늦가을 오후, 잘 익은 빛이 은행잎에 내린다.

스스로 탐구한 작용으로

노랗게 표면을 물들인 채

낙상한 열매는 짓밟혀 고리고, 낙엽은

사색하는 효모 같다.

2억 년을 이어온

퇴색한 인문학의 수령처럼

한 번도 매지 않은 장롱 속 넥타이처럼

다람쥐는 도토리를 갉고 있다.

그 자리에서 세월을 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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