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시시각각] 대장동 분노의 본질은 공정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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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시시각각] 대장동 분노의 본질은 공정성 문제

경기일보 2025-11-18 19:11: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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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회과학에 ‘사회 자본’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 개념을 처음 사용한 인물은 알렉시스 드 토크빌로 그는 이미 19세기에 이를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다가 1980년대 들어 다시 등장했다. 당시만 해도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개념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사회 자본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20세기 후반 동유럽 사회주의권이 붕괴했을 때였다.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시장경제 체제가 옛 사회주의 국가들에 성공적으로 이식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로 사회 자본이 활용됐기 때문이다. 사회 자본의 개념은 학자마다 약간씩 다르게 정의되지만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핵심 요소는 바로 ‘사회적 신뢰’다. 사회적 신뢰가 높은 사회에서는 시민사회가 활성화돼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시장경제 체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크다. 제도나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가 높을수록 자율에 기반한 경제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회적 신뢰가 낮은 사회에서는 사회 구성원 전체가 수용할 수 있는 제도나 장치의 형성이 어렵다. 대표적 사례가 우리나라의 ‘입시 지옥’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일본, 중국 등 유교 문화권에서 두드러지는데 그 배경에는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 부족이 자리 잡고 있다. 제도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에 비교적 객관적인 시험 성적만이 유일한 입학 기준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유럽식 입시 시스템처럼 철학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방식은 명확한 정답이 존재하지 않아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중국 같은 나라에서는 결과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신뢰가 부족한 사회일수록 시민들은 공정성 문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제도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믿음이 확고하다면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신뢰가 부족하면 모든 영역에서 공정성을 의심하게 되고 불공정 이슈에 격렬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대장동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 이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자 국민의 분노는 급격히 고조됐다. 이 사안을 둘러싼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이 상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고 둘째는 이들이 수천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온전히 ‘보전’할 가능성이다. 이 중 국민적 분노가 집중된 지점은 단연 후자로 대장동 일당이 천문학적인 이익을 대부분 자신의 수익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국민의 분노가 상당 수준이라는 것이다. 민주당과 정부는 민사소송을 통해 이들의 부당이득을 상당 부분 환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장동 사건 관련자 중 한 명인 남욱이 검찰에 수백억원대 자산 동결 해제를 요청하며 해제되지 않을 경우 국가배상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국민은 이런 여권의 주장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눈치다. 남욱의 사례처럼 1심에서 추징금을 한 푼도 내지 않게 된 다른 일당들도 이런 조치를 요구하면 국민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다. 물론 민사소송을 통한 이득 환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는 국민의 ‘인식의 영역’에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평생 성실히 일해도 꿈조차 꿀 수 없는 금액을 이들이 가져갈 것이라는 인식을 국민 다수가 가지면 이는 상당한 파급력을 지닌 정치적 사안이 될 것이다. 한마디로 조국 사태에 이은 또 하나의 ‘불공정’의 문제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럴수록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은 국민이 느끼는 분노와 박탈감에 진지하게 공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사안은 정권 운영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이들의 수익 환수 방법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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