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구팀 "로마 제국의 정치·행정·경제적 조직 이해에 도움"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서부터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까지 이르는 고대 로마 제국의 방대한 도로망을 담은 '고대판 구글식 지도'가 제작됐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의 톰 브루흐만스 교수,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의 파우 데 소토 교수 등이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로마 제국이 약 400만㎢에 달하는 영토를 지배하던 서기 150년경의 로마 도로를 재구성해냈다.
연구팀은 이런 성과를 네이처 계열 학술지 사이언티픽 데이터(Scientific Data)에 게재했다.
이전 추정치보다 10만㎞ 더 길어진 총 30만㎞에 달하는 도로망은 주요 고대 자료인 페우팅거 지도(로마 문서를 바탕으로 한 중세 지도)와 안토니누스 여정기(제국 도시 간 도로·거리를 기록한 문서)를 기반으로 했다.
총 1만4천개 이상의 도로 구간을 지도화했으며, 고고학적 발굴 자료와 비교해 신뢰도를 평가했다.
연구팀은 존재 여부와 위치에 대한 확신도에 따라 도로를 3가지 범주로 구분했다.
우선 연구팀이 만든 도로망의 2.7%는 존재가 입증되고 정확한 위치와 연대가 확인된 도로다. 89.8%는 위치나 연대가 불확실하지만 여러 증거가 일치하는 추론을 바탕으로 추정했다. 나머지 7.4%는 여전히 가설 단계다.
연구에 참여한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베랑제르 르동 연구원은 "이 지도는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진 않는다"고 인정했다.
그는 "도로의 건설이나 재건 시기를 정확히 연대측정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럼에도 이 지도는 로마 제국의 정치·행정·경제적 조직을 이해하는 데 매우 소중한 과학적 도구"라고 평가했다.
고대 로마 도로망은 로마의 지배 영역을 시각화함으로써 외부 세계와의 연결성도 드러낸다.
도로망의 끝부분은 북부와 동부, 즉 브리타니아(영국), 게르마니아(독일 및 주변국), 다뉴브강 유역과 같은 국경 지대에 닿아 있다. 남부와 동부에서는 도로망이 사하라 사막의 가장자리와 이집트, 시리아, 아나톨리아 등 동방의 관문에 도달한다.
이집트 동부 사막 도로를 지도화하는 건 연구팀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CNRS 소속 마엘 크레피 연구원은 사막 도로에 대한 "유물적 증거가 거의 없다"며 "따라서 우리는 위성 사진이나 고대와 유사한 조건에서 여행한 현대 여행자들의 경로 기록을 많이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형, 물 공급 지점 간 거리, 낙타를 타고 사막을 횡단할 때의 제약 조건 등을 고려해 고대 여행자에게 가장 효율적이었을 경로를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이 지도(https://itiner-e.org/)는 공개 협업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제작돼 연구자들이 새로운 발견을 할 때마다 도로망을 보완·수정할 수 있게 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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