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시각장애 수험생용 스크린리더 문제지의 표기 방식이 본시험 당일 사전 안내 없이 변경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내놓은 설명이 의혹 민원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평가원이 전날 발표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수능 당일 스크린리더기상 표기 문자 변경은 시각장애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스크린리더 음성 인식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이번 수능 수험생 지원자는 총 13명이며 해당 민원을 제기한 수험생은 한 명이다.
앞서 시각장애 수험생 A씨는 평가원 홈페이지에 “문제지에서 (가), (나) 등이 ‘㈎’ 같은 특수문자로 바뀌어 Ctrl+F 검색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기존 방식과 완전히 달라 당황했고, 지문을 찾느라 시험 시간 상당 부분을 허비했다”고 호소했다.
A씨는 9월 모의평가까지 기존 한글 표기가 유지됐고 맹학교 교사들마저 변경 사실을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평가원의 ‘무고지 변경’을 비판했다.
이에 평가원은 설명자료에서 “표기 문자 변경은 시각장애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스크린리더 음성 인식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가)’ ‘(나)’가 음성상 ‘가’ ‘나’로만 읽혀 혼동이 있었지만 특수문자로 변경하면 ‘괄호가’, ‘괄호나’ 등으로 명확히 읽힌다는 것이다. 또한 “점자 문제지는 변경되지 않았고 스크린리더 파일만 조정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설명자료에는 A씨가 제기한 ‘사전 고지 부재’ 이유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었다. 평가원 홍보실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변경 사항은 반드시 고지해야 하는 사항이 아니”라며 “모든 음성 평가 자료의 표기 방식을 건건이 공개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변경 시점·절차·검토 과정에 대한 질문에도 “점역 전문가들이 결정했다”고 할 뿐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평가원 내부에서 언제 최종 결정을 내렸는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변경 사항이 수험생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는 “손으로 읽는 점자 문제지가 본시험이기 때문에 스크린리더기에서 검색이 되지 않더라도 문제지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크린리더기가 시각장애 수험생에게 지문 탐색의 중요한 도구이며 평소 이 기능을 활용해 문제 위치를 찾도록 학습해 왔다는 점에서 시각장애 수험생에게 실질적인 불편과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씨 역시 민원 글에서 “단순한 형식 변경이 아니라 실제 문제 풀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변경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특히 일반 수험생의 문제지 구성·난이도 관련 변경은 사소한 조정이라도 사전 공지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과 대비된다. 정작 장애학생에게 훨씬 더 큰 영향을 주는 형식 변경을 공지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사전 전달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장애인 수험생이 제때 중요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는 빈번히 발생해 왔다. EBS의 수능 완성 교재의 경우, 시각장애인용 점역(점자 변환) 교재는 일반교재보다 2~3개월 이상 늦게 배포돼 왔으며, EBS의 ‘화면해설’ 방송 강좌도 예산 부족으로 제작 대상 강좌가 제한적이다. EBS는 장애인서비스 웹사이트에서 시각장애인 학교 추천을 통해 선별된 일부 강좌만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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