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의 소득 수준이 뇌에서 이뤄지는 포도당 대사 활동과 연관된다는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단일수록 스트레스 관리와 보상 반응에 관여하는 뇌 부위에서 더 활발한 대사 패턴이 관찰돼 관심을 모은다. 단순한 생활 수준 차이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조건이 뇌 기능과도 맞물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득 높을수록 스트레스 조절 뚜렷
부산대병원은 핵의학과 박경준 교수와 삼성창원병원 신승현 교수 연구팀이 건강검진을 받은 중년 남성 233명을 대상으로 뇌 포도당 대사량을 측정한 연구를 수행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유럽뇌과학회 공식 학술지 ‘유러피언 저널 오브 뉴로사이언스(European Journal of Neuroscience)’에 실렸다.
연구팀은 18F-FDG PET 기법을 활용해 대상자들의 신경세포 활동을 영상으로 수집했다. 이 검사는 포도당과 유사하게 작용하는 방사성 표지 물질을 투여해 뇌의 에너지 사용량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특정 영역의 활성을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검진 기록과 PET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부위의 대사 지표를 정량화해 소득 수준과의 상관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가구 소득이 높은 그룹에서 전대상피질과 편도체, 해마 등 스트레스와 정서 조절을 담당하는 영역의 대사가 뚜렷하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보상 체계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미상핵과 피각 부위에서도 안정적인 활성 증가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소득이 높을수록 만성 스트레스로부터의 보호 요인이 많고 긍정적 자극을 경험할 기회도 늘어나 신경 활동이 촉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학력 수준은 상관없다
반면 학력 수준은 뇌 포도당 대사와 유의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는 단순 교육 연차보다 생활 환경과 심리적 안정도가 뇌 기능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소득 격차가 신경생물학적 차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 연구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경준 교수는 “경제적 자원이 정서 안정성과 보상 시스템에 어떤 방식으로 관여하는지 밝힌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단면 연구이기 때문에 인과성을 단정하기 어렵고, 장기간 추적한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지속적인 소득 불안정이 감정 조절 영역의 대사 저하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높은 소득이 스트레스 완충 효과와 도파민 신호 강화 등 신경학적 차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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