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세계 전차 시장에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전차 대신 장갑전투차량(AFV), 보병전투차량(IFV) 등 장갑차량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향후 K방산 수출 확대에 새로운 요소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18일 군사 전문기관 등에 따르면 장갑차량 수요 증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전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최근 발표한 ‘유럽 방위력의 진전과 한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 회원국의 계약 규모는 약 1318억달러(약 193조원)에서 2456억달러(약 359조원)로 2배 가량 늘어났다. 그중 장갑전투차량(AFV)에 대한 투자액이 약 161억달러(약 23조5000억원)에서 약 442억달러(약 64조7000억원)로 165% 급증했다.
보고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전 경험과 러시아 위협 심화, 그리고 나토의 지상군 임무 재설정에 영향을 받은 결과로 보인다’면서 ‘유럽 각국이 센서·네트워크·기동성을 중시하는 미래지향적 지상전력 확보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현재 이러한 변화가 뚜렷한 국가는 독일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7월 30일, 독일이 최대 3000대의 복서 장갑전투차량과 최대 3500대의 파트리아 보병전투차량 등 수십억 유로 규모의 무기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계획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추진하는 전력 현대화 전략의 핵심으로 꼽힌다.
전투차량 수요 증가에는 실용적 이유도 있다. 전차는 철도나 도로를 포함한 물류 인프라에 대한 부담이 크고, 신속한 배치와 이동도 제한적이다. 이에 비해 장갑차량은 기동성이 뛰어나고 다양한 전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드론, 정밀유도탄, 전자전 위협이 증가하면서 전차처럼 무거운 플랫폼보다 여러 중소형 장갑차량 조합이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확산하고 있다.
비용 측면에서도 장갑차량 중심의 전력이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최신 전차 대비 획득비와 운용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예산 효율성 측면에서 이점이 크다. 이러한 평가는 독일과 같은 국가들이 대규모 장갑차량 구매를 통해 비용 대비 전력 밀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전차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 내 여러 국가는 여전히 전차 성능개량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예컨대 독일산 레오파드 전차 계열의 성능개량과 네트워크 통합, 능동방호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기존 전차 전력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이에 대해 군사전문가들은 전차와 보병전투차량 체계를 병행한 다중방어 전략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는 평가다.
산업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장갑차량에 대한 수요 증가가 유럽 방산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유럽 내에서 자동차나 기계 산업이 가진 생산 역량을 방산 분야로 돌리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 앞으로 무기 조달 방식과 생산 전략도 함께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대량 생산, 예비부품 확보, 그리고 공급망 안정화 등은 풀어야 할 새로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이외 국가에는 수출 확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스웨덴의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유럽 수요 확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터키, 이스라엘 등 장갑차량 생산국의 수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유럽 기업들이 대량 생산만으로는 수요를 메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1일(현지시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끄는 전략경제협력 특사단과 함께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를 방문한 것도 현재 루마니아가 도입을 추진하는 최대 30억유로(약 4조9000억원) 규모의 궤도형 전투보병차량(IFV) 도입 사업을 현장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