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기준금리가 3개월째 연 2.50%에 묶여 있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다. 정책금리는 정체됐지만 시장금리가 단독 상승하면서 통화정책과 실물금리 흐름이 분리되는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이 심화되고 있다. 시중은행은 연말 자금 유치를 위해 예·적금 금리를 경쟁적으로 인상했고, 이로 인해 조달비용이 높아지면서 대출 금리로 전가되는 구조가 재확인됐다.
◇기준금리 동결 속 주담대 6%대 재진입
18일 기준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KB국민은행 3.93~5.33%, 신한은행 3.83~5.23%, 하나은행 4.06~5.26%, 우리은행 3.82~5.02%, NH농협은행 3.63~6.18%로 조사됐다. 변동형 금리 최상단 6%선 회복은 약 반년 만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는 10월 2.57%로 전달보다 0.05%포인트 올랐다. 코픽스는 은행의 평균 조달 비용을 반영하는 주요 지표로, 이 지표가 상승하면 대출금리는 구조적으로 상방 압력을 받는다. 정책금리가 세 달 연속 동결된 가운데 조달금리가 상승했다는 점은, 정책금리 연동성이 약해지는 징후로 해석된다.
◇정책 신호보다 먼저 움직인 시장…은행채 금리 급등
시장금리의 기준 역할을 하는 은행채가 선제적으로 뛰었다. 지난달 24일 2.973%였던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이달 17일 3.362%까지 상승했다. 이는 은행 대출재원 조달 비용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주담대 금리 인상의 직결 요인이 되고 있다.
27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별다른 변화 없이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지만, 금융시장은 이미 추가 부담을 금리에 반영한 모습이다. 정책금리가 움직이지 않아도 시장 조달 비용이 변동되면 실물금리는 전가되는 비대칭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
◇연말 유동성 쟁탈전…예대율 부담까지 겹친 금리 압력
증시 강세로 요구불예금 자금이 이동하자, 은행들은 만기성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예·적금 금리를 올리며 조달 확대에 나선 상태다. 이는 향후 더 높은 이자비용을 확정하는 결정이기 때문에 대출금리 전가 요인이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은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관리가 필요한 시기라 자금 유치 전략이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여기에 가계대출 규제와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겹쳐 조달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정책-시장 간극’, 가계 부담으로 전가될 위험
금융권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의 메시지가 연말 금리 부담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시장의 관심은 동결 여부보다 향후 인하·유지·재인상의 정책 경로를 얼마나 명확하게 제시하느냐에 쏠려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정책의 속도와 조건을 명확히 제시한다면 금융채 금리가 조정되고, 조달비용 압력도 줄어들 여지가 있다”고 봤다.
정책금리와 시장금리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국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소비 여력 위축, 자산시장 조정, 자영업·부동산 유동성 악화로 확산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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